(아주경제 황인성 기자) 강남 영동호텔 인근의 한 골목길을 올라가면 언덕에 플럭서스뮤직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클래지콰이, 이바디, 안녕바다, 더블유엔웨이 등 실력파 가수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좀 어지럽지만, 포근한 분위기의 이 곳은 실력파 뮤지션들의 음악이 탄생하는 인큐베이터같은 곳이다. 그 곳에서 최근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한 클래지를 만났다.
클래지콰이는 호란과 알렉스 그리고 클래지(김성훈·38)가 만나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2004년 데뷔 이래 ‘내게로 와’ ‘러버 보이’ ‘필 디스 나이트’ 등 히트곡을 발표하고 일본에서도 활동했다. 그리고 그 모든 성공 뒤에는 바로 클래지가 있었다. 그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클래지콰이의 음악을 탄생시켰다.
뿔테안경에 단정하게 머리를 자른 클래지는 일반인으로 보일 정도로 평범했다. 하지만, 그는 클래지콰이의 음악을 만들었던 천재 작곡가다. 이후 4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것 모두 궁금해진 상황이다.
“글쎄요. 그냥 한동안 쉬고 싶었어요. 이 전에 프로젝트 하나가 무산되면서 좀 쉬는 게 길어졌네요. 초반에 활동을 함께 했다가 제가 빠지게 된 것도 프로듀서로서 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일본과 한국에서 나온 모든 앨범을 제작했고, 또 리믹스 앨범을 따로 만들었죠. 한국에서 나온 앨범만 9장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휴식이 필요하더군요.”
그렇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4년의 공백기를 보내자 슬슬 음악적 욕구가 되살아났다. 그래서 탄생된 결과물이 바로 17일 발표되는 첫 정규앨범 ‘인펀트’다. 총 11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모두 이승열, 웨일, 임승옹, 장우혁, 김완선 등 가수들이 참여했다.
타이틀곡은 ‘러브 앤 헤이트’다. 유앤비블루 출신의 이승열과 래퍼 M.I.K 그리고 클래지의 음악이 묘한 콜라보레이션을 이룬다. 수많은 노래 중에 가장 돋보이는 곡이다.
“이승열의 프로그래시브록적인 보컬과 M.I.K의 랩이 묘하게 조화됐다. 특히, 이승열씨는 세 번째로 작업하는데 정말 매력적인 보컬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틀곡으로 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어요.”
클래지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그는 현지에서 웹사이트 개발회사에 들어가 사운드마스터링을 담당했다. 그러던 중 그는 취미로 자신이 만든 음악을 개인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게 입소문이 나면서 한국의 가요 관계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는 2004년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음악을 시작할 때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계약할 때 고민도 많이 했고요.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워요.”
클래지는 만나는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주는 목소리를 지녔다. 낮은 음성이지만, 또렷하게 전달되는 음성은 묘한 매력이 있다. 그때문인지 클래지는 라디오DJ 제의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당시엔 음악을 만들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공백기동안 여유를 찾은 클래지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보일 예정이다.
“예전에 김동률씨와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을 함께 했는데 라디오 방송활동을 해보라는 제의도 받았어요. 그때는 자신이 없어 거절했죠. 하지만, 많이 바뀌었죠. 좀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대중과 자주 얼굴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동안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면 클래지는 음악을 들고 대중 앞에 선다. 편한 옆집 친구같은 클래지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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