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십 <대만총통선거> 양안통일 논의개시 혹은 극한의 양안갈등?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재집권이냐 사상최초의 여총통 탄생이냐.' 대만 최고 지도자를 바꾸는 선거에 대만국민들은 물론 중국의 촉각까지 곤두서고 있다. 국민당 후보인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과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이 내건 선거 공약은 경제 복지 등의 분야에서 별반 다를게 없다. 차이는 대(對) 중국 정책에 갈린다.

선거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최대쟁점은 양당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대중정책이라고 말한다. 선거결과에 따라 '양안관계의 봄'에 동장군이 엄습할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민당 소속인 마잉주 총통은 친중국 성향이다. 국민당의 대중국 기본방침은 “중국이 무력통일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대만도 독립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현상유지정책이다. 반면 민진당측은 사실상 '대만독립'을 표방하고 있다.

◆통일 앞당길 '마'의 재선

마 총통은 지난 2008년 총통선거에서 양안 관계의 안정 위에 경제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실제 그는 2010년 6월 중국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이끌어 내는 등 중국과의 정치, 경제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해 왔다. 마 총통은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부분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대만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만헌법에는 총통의 삼선이 금지돼 있는 만큼 재선의 마 총통은 중국통일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 총통은 사석에서 “중국에서 국민당과 공산당 의 양당체제가 허용된하다면 통일도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 총통의 재선은 양안관계 밀착과 양국의 통일논의 개시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극한대치 불러올 정권교체

이에 대해 민진당은 마잉주 정권이 과도한 친중국 정책으로 ‘중화민국, 대만’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했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계층 간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는 과거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대중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천수이볜 전 총통이 집권했던 2000~2008년 8년간 양안간의 갈등은 극에 치달았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천 전 총통은 대만과 중국이 각각 한 개의 국가라는 뜻의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을 주장하면서 중국을 자극했었다.

차이잉원 주석은 ‘대만인의 미래는 대만인들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대만공식(Taiwan consensus)’을 내세우고 있어 차이 주석이 당선되면 양안관계가 다시 긴장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안관계는 지난 4년동안 상호간의 수많은 경제협력을 낳았기 때문에 선거결과는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대만 경제계도 최근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선거막판에 어떻게 표출되는지도 관심사다.

◆중국 침묵하는 이유는

이와 관련해 중국은 대만선거와 관련해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내심 국민당의 마잉주 후보가 당선되길 원하고 있지만 발언내용과 무관하게 공식적인 발언 한마디에 대만 민심이 동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아무 논평을 내지 않고 있는 것. 중국의 대만관련 사무를 주도하고 있는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11일 마지막으로 가질 예정이던 정례 브리핑을 갑자기 연기했다. 브리핑연기에 대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대만 사무판공실은 매주 수요일 한차례 정례 브리핑을 가져왔으며 11일 브리핑은 14일 대만 총통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갖는 브리핑이어서 중국의 입장과 태도에 관심이 쏠려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0년 대만 총통 선거 때 천수이볜 후보를 노골적으로 반대했다가 대만 유권자들 사이에 내정간섭이라는 반발을 일으켜 오히려 천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막판 돌발변수 오리무중

양안문제와 함께 대만 원로정치인들의 지원과 제3후보인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후보의 사퇴가 선거전 막판 돌발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퍼포먼스를 보이고, 대만인들을 감동시키느냐에 따라 표심이 출렁일 수 있다. 지난 2004년 총통선거때는 승리가 확실했던 국민당의 롄잔(連戰)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됐지만 선거 하루 전날 상대후보였던 천수이볜이 총격을 당하면서 순식간에 판세가 뒤집어졌다.

쑹추위 후보에 대한 지지자의 80%는 국민당 지지자들로 마 총통의 표와 겹친다. 그의 지지율은 현재 5%선이지만 만약 그의 득표율이 10%에 달하면 마 총통을 패배로 이끌 수 있다. 반대로 그가 선거 막바지에 돌연 사퇴하게 되면 마 총통은 수월하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대만 일각에서는 “선거 전날인 13일 쑹추위가 타오위안(桃園)의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퇴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13일은 장 전 총통의 추모일이다.

차이 후보에게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대만 독립파의 정신적인 대부인 리 전 총통이 병상중에도 어떤 드라마틱한 방법으로 차이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구도, 네거티브전 과열

양안문제와 함께 뚜렷하게 구분된 지역구도도 대만 총통선거의 변수다. 북부권의 타오위안(桃園), 신주(新竹), 먀오리(苗栗) 등에선 마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남부권의 가오슝(高雄), 타이난(臺南), 핑둥(屛東)에선 차이 후보가 입지를 굳히고 있다.

대만 정치에선 전통적으로 국민당-북부, 민진당-남부의 지지 구도가 이어져 왔다. 대만에선 1949년 전후에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과 그 이전부터 대만에 정착해 살던 본성인(本省人)으로 구분하고 있다. 마 총통은 외성인이며 차이 후보는 본성인이다. 하지만 마잉주 총통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남부지역의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본 만큼 지역색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선거가 과열되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폭로전도 이어지고 있다. 총통 직속 국가정보기관에 의한 야당 후보 ‘뒷조사 의혹’이 대표적이다. 또 마 총통의 은행합병 관여 비리 의혹, 차이 후보의 국가개발기금 바이오 회사 불법 투자 의혹 등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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