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사이버 공간의 확산과 테러리즘의 위협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1-17 07: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윤민우 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아주경제 이상준 기자) 윤민우 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오늘날 우리 삶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과 세계화는 21세기 테러리즘의 특징을 규정하고 그 테러리즘의 위협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필자는 유엔 마약 정책국 소속의 테러리즘 예방 기구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 멤버로서 활동하고 있다. 비엔나의 회의장에 앉아있으면 테러리즘은 국제 사회와 인류의 심각한 위협임을 체감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테러리즘 자체의 위협성과 파괴력이 과거에 비해 그다지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사이버 공간의 확장과 세계화가 이 테러리즘의 파괴력을 더욱 위협적으로 증폭시킨 점이다. 이를 테러 전문가들은 “힘의 증폭 요인”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회의 일상에서는 아직까지는 테러리즘의 가시적 위협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테러리즘은 실존하는 위협이라기보다는 먼 나라의 에피소드로 비춰진다. 한국 사회의 테러리즘에 대한 이러한 무신경한 태도는 어쩌면 테러리즘의 실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21세기 삶의 양식이 테러리즘을 위한 “힘의 증폭 요인”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된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 폰이나 개인용 PC의 경우처럼 테러리즘도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과거 80년대의 북한의 도발이나 좌파 테러리즘 등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다. 이를 테러리즘 1.0이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에 경험했던 알 카에다의 테러리즘도 사양이 지난 버전이다. 이를 테러리즘 2.0이라 부른다. 오늘날 주요한 위협이 되는 테러리즘은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과 같은 것이다. 이를 테러리즘의 3.0이라 부를 수 있다. 노르웨이 테러사건은 바로 사이버 공간과 세계화의 두 요소가 얼마만큼 파괴적인 힘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테러리즘 3.0은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이미 사이버 공간은 또 하나의 현실 공간으로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했다. 앞으로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등의 상용화로 이 사이버 공간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미 지난해 우리 사회는 테러 목적은 아니라 하더라도 서울역과 서울 고속터미널 사건을 포함해서 세 차례의 폭탄사건을 경험했다. 그리고 최근 개인 원한에 의한 폭탄사건을 목격했다. 이미 구글 검색으로 마음 만 먹으면 폭탄제조 방법과 필요한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은 분노에 찬 익명의 네티즌들을 소통시킬 것이고 이는 언제든지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 조건이 된다.

한편 계속되는 세계화와 자유주의 시장 경제의 팽창과 자유무역 협정의 체결, 문화적 한류의 확대는 우리나라의 사람들과 물자들이 더욱 세계 도처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국민과 공무원, 물자들에 대한 공격이 될 수도 있고 해외에서 생성된 우리나라에 대한 불만이 국내로 들어와 국내에서 테러가 일어날 수 도 있다. 예를 들면 한류의 확산은 한편으로는 동경과 우호감을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류가 확산된 해당 국가에서 한국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와 열등감과 분노를 촉진시킬 수 도 있다. 테러리즘은 이러한 불편한 감정들을 먹고 자란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세계화의 대가는 우리사회의 양극화의 팽창을 확산시킬 것이고 자유무역 협정의 강화는 경쟁에서 도태된 좌절에 빠진 사람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분노와 무기력 그리고 절망에 빠진 이들 중 일부는 자살을 택할 것이고 다른 일부는 자신들의 불운한 운명을 외부에 돌려 극우 또는 극좌의 테러리스트로 변모할는지도 모른다. 극우는 그 탓을 외국인 이주자들에게 물을 것이고 극좌는 정부와 잘 사는 이들에게 돌릴 것이다.

오늘날 테러리즘의 문제는 21세기 사회가 겪어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로 테러리즘 3.0은 우리사회에 중요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