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중견수' 나성범이 14일 오후 열린 팬사인회 현장에 참석해 사인회 전 올시즌 각오를 말하고 있다.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추신수 선배처럼 빼어나게 잘하고 싶어요. 물론 아직 배운다는 자세로 노력해요"
'대학야구 최고 좌완투수'로 꼽히던 나성범. 시속 150㎞ 전후 빠른 공을 던지던 그는 한때 투수로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세대 2학년 시절에는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의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공을 던지던 투수에서 쳐내야 하는 타자로 변신했다. 소속구단인 NC 다이노스의 사령탑 김경문 감독 권유로 야수로 전향한 상태다. 현재 나성범은 멋진 중견수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긴 배트와 씨름 중이다.
새로운 프로야구 팀에서 새 생활을 준비 중인 나성범을 14일 오후 구단의 훈련을 마친 이후 잠시 만났다.
◆"아직 더 배워야 할 시점"
나성범은 지난 2011년 10월 말 타자 전향을 공식 선언했다.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로 호명되며 NC의 2라운드로 전격 지명받고 계약금 3억원에 도장을 찍은 좌완 파이어볼러의 타자 전향 소식에 많은 야구팬들은 크게 놀랐다. NC에 입단한 후 부상을 매우 심하게 당해 어쩔 수 없이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는 루머도 돌았다.
그렇지만 나성범의 타자 전향은 김경문 감독의 권유와 본인 선택으로 결정됐다.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에 대해 "대학 1학년 시절 보니 폼이 아주 좋았고 스타기질이 있는 선수다. NC 1호 스타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며 취임 초기부터 타자로의 전향을 권유할 것이라는 암시를 표했고 결국 나성범에게 타자 전향을 권했다.
나성범은 고민 끝에 이를 수용했다. 주변에서는 놀라며 만류했지만 스스로 자신이 있었고 부모님도 자신의 결정을 믿으며 격려해 힘이 났다 말했다. 나성범의 부모님은 수년동안 마운드에 서왔던 아들이 타자로 전향한다는 선언에 "투수를 하든 타자를 하든 맡은 바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며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좌완 강속구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을 최종 결심한 나성범이 배트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 NC 다이노스 제공] |
나성범은 타자전향 결정이 아쉽기도 했지만 이미 결정한 이상 미련은 없는 듯 했다.
그는 "투수로 뽑혔고 대학 고학년을 투수로 보내면서 프로 무대서도 투수로 뛴다고 생각했다. 투수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전에 한 기자 분께서 내가 '투수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으며 꽤 강하게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쓴 것을 봤다. 기자 분께 실례가 될 수 있지만 그런 적은 분명히 없었다. 이제는 전혀 미련이 없다. 이제 내가 직접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할 생각만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그는 제주도에서 치른 NC의 캠프에 참가해 기대 이하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나성범의 타자 전향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여오던 소수의 NC 팬들은 김 감독에 대한 비판을 섞으며 "대학 2학년 무렵 그만 둔 타자 왜 시켜서 애를 망치냐"라는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나성범은 오히려 제주 캠프가 자신이 더욱 폭넓게 깨달음을 얻었던 시점이라 평가한다.
그는 "나는 민감한 성격이다. 평소 완벽을 추구한다. 무조건 100%가 맞아야 마음이 편하다"며 "그런데 배트가 잘 안 맞으니 고민이 커져갔고 집중이 안 돼 상당히 힘들었다"며 "하지만 코치님들은 오히려 편하게 하라 하셨다. 생각이 많으면 타석에서 좋을 것 없다 하셨는데 정말로 그랬다. 돌이켜 보니 안 될 때는 생각이 참 많았다. 타자로서 공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잡생각을 없애는 방법을 터득한 때였다"며 좋은 경험이었다 밝혔다.
나성범은 최근 대학팀과 치른 경기에서 홈런을 날리는 등 수준급 타격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더 배워야 할 시점"이라며 매우 겸손하게 대답하며 "투수로 공을 던져봤지만 투수가 던지는 공을 정확히 맞춰서 날려버리는 것이 어려운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아직 빠른 공을 못 봤기에 뭐라고 대답할 수 없다. 정상급 투수들과 더 상대해야 실력을 알것"이라며 "아직 적응기다. 감독님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생팀이라 역사를 쓴다는 생각에 자랑스럽다. 다만 올해 2군서만 뛰어 너무 아쉽다"
NC는 2012년 첫 시즌을 맞는 신생구단이다. 나성범은 그 구단에서 타자로서 가장 촉망받는 입지에 서있다.
실제 김경문 감독은 "타자로서 그의 재능이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 3번 타자를 맡길 예정"이라며 그에게 큰 기대를 표했다. 더불어 김 감독은 나성범을 '신생팀의 슈퍼스타'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나성범이 타격도 좋은 선수였기에 타자 전향이 가능했던 상황이지만 이는 그를 팀의 슈퍼스타로 키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원포인트 불펜을 빼면 연투가 어려운 투수와 달리 야수는 투수보다 더욱 빈번하게 출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주변의 기대를 아는 듯 했다. 또한 그렇기에 NC에 지명된 것을 더욱 운좋게 받아들였다.
그는 "신생팀의 선수로서 '구단의 역사를 만든다'라는 사실을 각별하게 느낀다"면서 "최근 가졌던 다른 인터뷰 도중 감독님께서 나를 (노)성호와 함께 투타의 핵심 기대주로 꼽았다는 말을 들었다. 감독님과 팬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 그리고 많은 계약금, NC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 하면 감독님께서는 내게 기회를 주지 않으실 거다. 팬들의 기대도 사라질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강진베이스볼파크에서 지난해 진행된 다이노스 가을캠프 참가당시 촬영된 나성범 사진. [사진 = NC 다이노스 제공] |
NC에 입단한 것이 행운이라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성범이지만 그에게도 불만이 하나도 없지는 않았다.
나성범은 "올해 NC는 2군 경기만 치른다. 2군 팀들도 1군 못지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지만 1군 선수들과 경기 못 하는 현실이 꽤 아쉽다"고 말했다. NC는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하기에 올해 1군 팀과 경기할 기회는 없다. 번외로 치르는 경기도 사실상 어렵다. 올해에 한하나 '2군리그 팀'인 NC와 경기해 지면 망신이고 이겨도 본전이기에 경기는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어 "한 때 김광현-류현진 선배처럼 던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제 타자로 서게 됐으니 빨리 붙고 싶다. 내가 타자로서 정말 걱정을 놓을 시점은 김광현-류현진 선배의 공을 정확히 칠 때"라며 "물론 2012년은 '타자'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는 해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년에 타석에 올라서서 지금 내가 한 말이 전혀 부끄럽지 않도록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 내게는 무려 1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있다"며 열심히 할 것을 다짐했다.
불구덩이에 들어가서라도 데려오라는 '좌완 강속구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나성범. 같은 좌투수에서 타자 전향에 성공한 추신수 선배를 닮고 싶고 'NC의 3번 타자', '리그 최고의 중견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2012년 시즌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2013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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