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산성에서 본 일출, 전등사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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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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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에 기상해 인천시청 직원 모두 전등사로 향했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토성, 삼랑성, 정족산성이라고도 불리는 성을 따라 걸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친교의 시간을 가졌던 250여명이나 되는 팀장들 모두 다 일어나 함께 산에 올랐다. 산성에서 일출을 맞았다. 약간의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대부분 내려가지 않고 일출을 기다렸다. 지난번 실·국·과장들의 무의도 수련회 당시에는 호룡곡산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다가 너무 춥고 하늘이 흐려서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대부분 내려갔다. 나는 내려가는 도중에 일출을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두가 하나로 모여 일출을 보게 되었다. 모두들 인천 파이팅을 외치며 의기투합하였다.

내려와서 전등사에 들렀다. 전등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찰이다. 박물관에 근무하는 김상열 과장이 역사해설가가 되어 전등사의 유래와 대웅보전 등을 설명했다. 전등사에는 보물이 3개 지정돼 있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보전과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전 그리고 몽골시대의 범종이다. 북송시대의 범종이 원나라 때 고려로 건너온 모양이다. 원래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할 당시 진종사였는데 1292년 고려 충렬왕의 비였던 정화공주가 승려 인기를 송나라에 보내 대장경을 가져오게 하고 옥등과 함께 진종사에 전달한 이후로 전등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등을 전달하였다는 의미도 되고 불법의 빛 등을 전달했다는 의미도 같이 있다고 한다.

전등사 대웅보전의 나부상에 대해 김 과장은 충렬왕의 왕비를 시기질투한 제국대장공주를 벌주려고 옷을 벗겨 나부상을 4개의 처마상에 조각했다는 설과 도편수가 대웅보전을 만들면서 사랑했던 사찰 앞 주모가 돈만 가지고 달아나자 그에 대한 복수로 사찰 앞 주모의 옷을 벗긴 나부상을 조각해 대웅보전 처마끝을 시지푸스처럼 영원히 들게 하는 벌을 내렸다는 설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조선시대 대웅보전이 중건된 것을 볼 때 후자의 설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원숭이 모양을 닮기도 했는데 자세히 보면 중년 여인을 조각한 나부상 같기도 하다. 나부상이 모두 두 손으로 처마끝을 받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쪽은 왼손만으로, 다른 한쪽은 오른손만으로 들고 있는 해학이 보인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성스러운 대웅보전을 만들면서 이런 벌거벗은 여인의 쪼그린 조각과 해학을 허용한 당시 스님도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찬을 마치고 해산했다. 모두들 즐거워했다. 알찬 프로그램이었다. 한성원 정책기획관과 분위기 만드느라고 이정호 자치행정국장이 고생했다. 서로가 벽을 허물고 가까워진 계기가 되었다.

전등사에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은행이 안 열린다고 한다. 조정에서 은행을 공출하라는 독촉 때문에 아예 은행이 열리지 않도록 스님이 기도를 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꽃은 피는데 은행이 열리지 않는다니 특이한 은행나무다.

1232년부터 1270년까지 38년 동안 고려의 도읍이었던 강화도. 강화도는 개성과 함께 고려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고려 고종과 원종, 그 뒤를 이은 충렬왕, 충렬왕 때부터 원나라에 충성한다는 속국의 의미로서 충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여 충숙왕, 충혜왕, 충선왕 등으로 충자 돌림이 계속된다. ‘조’ 또는 ‘종’이라는 단어를 원나라에서 못쓰게 한 것이다. 힘없는 속국의 비애이기도 하다. 충렬왕이 처음으로 원나라 공주 제국대장공주와 결혼하여 고려가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었다. 충렬왕과 몽골 출신 제국대장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충선왕과 사이의 갈등, 아버지와 자식이 왕위를 놓고 다투면서 두 번이나 왕을 한 특이한 경력의 충렬왕과 충선왕을 보면 당시 세계제국 원나라와 고려의 관계를 잘 살펴볼 수 있다. 한·미관계를 보면서 나는 항상 고려와 원나라의 관계에서 고려가 어떻게 원나라의 압박 속에 자신의 자존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는지를 눈여겨보곤 한다.

/ 송영길 인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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