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다음달 인도할 예정인 드릴십 'SERTAO'호의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
(거제=아주경제 이대준 기자)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 조선업체 가운데 드릴십 분야에서 단연 1위다. 1996년 처음으로 드릴십을 수주한 이래 지금까지 48척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48%를 기록 중이다.
“세계 최고의 드릴십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중공업은 더 깊은 바다로 나가기 위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7일 거제조선소에서 만난 삼성중공업 기본설계2팀의 정호현 상무는 이같이 밝혔다.
정 상무는 “지난해 9월 새로운 모델의 드릴십을 미주지역에서 론칭했다”며 “30여개 선주,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릴십의 제원과 기능 등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며 “수주가 이뤄지면 곧바로 건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릴십은 바다 속 해저면에 구멍을 뚫어 원유나 가스를 채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해양설비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모델은 ‘그린 퓨처 드릴십’ 타입이다. 구체적으로는 ‘울트라 딥워터 그린 퓨처 드릴십’이다. 깊은 바다에서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울트라 딥워터(Ultra deep water)가 붙었다.
이 드릴십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 속 깊이(해수면에서부터 해저면까지)가 1만5000피트(4572m)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유가 상승으로 점차 심해 개발이 늘어나면서 깊은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이 관건이 되고 있다.
현재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1만2000피트(3657m)까지만 가능하다. 심해 유전과 가스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선주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약진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정 상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척의 드릴십을 수주한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드릴십 분야에서 별 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11척을 수주하며 삼성중공업을 1척 차이로 제치고, 연간 실적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누적된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크게 게의치 않고 한발 더 앞서가겠다는 설명이다.
야드로 나가 건조 중인 드릴십을 살펴봤다. 드릴십은 시추 구멍을 뚫기 위한 데릭이라는 타워가 있어 멀리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달 인도 예정인 ‘SERTAO’호는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경훈 드릴십PM1 차장은 “2008년 브라질 선사로부터 수주한 두 척의 드릴십 가운데 2호선”이라며 “선가는 약 7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SERTAO’호는 싱글 데릭(시추 타워가 한 개인 형태)으로 만들어졌다. 핵심 설비인 드릴링 시스템과 BOP 설비는 NOV사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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