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70%, 설연휴 고향 가기 싫다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고향에 내려가기를 포기하는 이른 바 ‘쿵구이족(恐歸族)’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충칭천바오(重慶晨報)는 쿵구이족은 기차표, 결혼, 체면, 비용, 긴 여정 등을 이유로 고향에 가기를 꺼려한다고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민정부 중국사회공작협회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6개 대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춘제 연휴 귀성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국인 70%가 “연휴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 때문에 고민”이라고 답했다.

산둥성이 고향인 리펑(李峰·28)은 “연휴가 너무 짧아 집에 가기가 힘들다”며 귀향길의 괴로움을 토로했다. 그는 “항공료가 비싸서 기차를 타는데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기차를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다”며 “오고 가는데 꼬박 사흘을 길에다 소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는 “하지만 부모님의 소원이니깐 매년 가야 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쓰촨성 출신의 위안밍화(袁明華·28)는 고향에 가기 꺼려하는 이유로 ‘체면’을 꼽았다. 충칭에서 직장을 구하고 자리를 잡은 지도 7년이 됐지만 고작 3800위안(한화 약 68만원) 밖에 안 되는 월급으로 고향에 가기가 부담스럽다는 것.

위안은 “집값, 전기수도세, 통신료, 밥값을 제외하고 나면 매달 1000위안도 안남는다”며 “고향에 가면 부모님께 최소 1인당 500위안을 용돈으로 드리고, 조카에게 세뱃돈 주고, 선물을 사가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고향에 가면 서로 누구 아들·딸이 잘랐냐고 비교하는 데 누구는 집 있고 차 있다는 소릴 들으면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허베이성 출신의 류잉(劉瑩·31)은 일자리도 안정적이고 수입도 짭짤한 잘 나가는 골드 미스다. 류잉은 “고향에 돌아가면 항상 나는 모든 사람들의‘공격대상’이 된다”며 “다들 ‘진작에 시집가지 뭐했냐’는 말을 하기 일쑤다”며 고향에 내려가기 꺼려진다고 밝혔다. 류잉은 그래서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올해는 몇몇 솔로 친구들과 함께 홍콩에서 설을 보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거품 낀 춘제 소비, 복잡한 귀향길, 기차표 구매난 등 현실적인 이유로 '쿵구이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리공(理工)대 경제학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춘제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풍습"이라며 "이제는 전통도 현실에 맞게 변화해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체면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말고 각자의 사정에 맞게 용돈이나 세뱃돈을 준비하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설을 보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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