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뿐만 아니라 총리실 등 관련기관 공직자와 정권 실세들의 개입 사실도 드러났지만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이번 사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외교부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보도자료, 주카메룬 대사관 보고와 달라
지난 2010년 12월 27일 외교통상부가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할 당시 현지 주카메룬 한국대사관에서는 사실 위주의 보고를 했다고 당시 해당 대사관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밝혔다.
외교부가 유엔 산하기구의 조사 결과라면서 다이아몬드 추정매장량을 부풀리고 오덕균 CNK 대표에 관한 긍정적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이다.
당시 주카메룬 대사관에서 일했던 한 직원도 “당시 언론에서 당장 다이아몬드가 쏟아질 것처럼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며 ‘과연 그럴까. 어떤 근거로 이런 기사를 쓰나’하고 의아하기는 했다”고 한 언론사를 통해 밝혔다.
문제는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공들이는 우리나라 자원외교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해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자원외교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자원외교를 놓고 여러 가지 이권이 오고 갔다는 소문까지 돈다.
◆문제 보도자료 홈페이지에 남아 있었던 이유‥24일 삭제돼
문제의 2010년 12월 17일의 이 보도자료와 2011년 6월 28일 보도해명자료는 24일 홈페이지에서 모두 삭제됐다.
외교부는 그동안 사건의 주요한 증거에 손을 댔다는 오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이 보도자료를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외교부는 일단 금융당국으로부터 허위ㆍ과장의 판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 보도자료를 정부 기관의 홈페이지에 그대로 계속 노출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의문은 현재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 중이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증거’인 보도자료에 손을 댈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조심했던 외교부가 이날 왜 잠정 삭제했을까이다.
이에 앞서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보도자료가 문제가 됐던 전례가 없었다”면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내부 논의를 거쳐 보도자료 삭제 여부에 대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내용은 없는 상태에서 이 보도자료 조회 건수는 이날 현재 각각 2712건을 넘어섰다.
◆보도자료 배포로 CNK 주가 급등
CNK 사건은 2010년 외교통상부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 취득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논란의 핵심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뻥튀기’의혹과 개발권 획득 과정에 정권실세 개입 여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들의 주가조작 가담 사실 등이다.
이 보도자료에는 CNK 관계사인 C&K마이닝이 카메룬 동남부 요카도마 지역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을 전 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1.7억캐럿)보다 2.5배 정도 많은 약 4.2억캐럿으로 전망하면서 주식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이후 CNK 주가는 3300원대에서 한 달도 안 돼 1만6100원으로 급등했고, CNK는 한때 코스닥 상장업체 중 시가총액 상위 10위권까지 상승했다.
한편 CNK 대표가 지난 18일 조작과 불공정 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수사 대상이 됐지만 CNK는 코스닥시장에서 여전히 정상 종목으로 거래되고 있다.
◆보도 자료 배포 주역은?
외교부는 지난해 1월과 6월에도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사실과 카메룬 정부가 매장량을 공식 인정한 취지의 브리핑을 통해 CNK 개발사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CNK 주가가 갑작스럽게 오른 데에는 외교부의 보도자료가 공신력 있는 역할을 한 셈이다. 이 보도자료 배포의 중심에는 총리실 파견을 마치고 외교부로 돌아온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가 있다.
김 대사는 2008년 5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총리실에서 외교안보정책관으로 자원외교를 담당하면서 CNK의 광산 개발권 확보 노력을 지원하는 역할도 했다.
그는 총리실 근무 때 카메룬에 두 차례나 출장을 가는 등 보도자료 배포 이전부터 CNK사업을 지켜봤다는 점에서 진행 과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사는 잦은 현지 출장으로 말라리아에 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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