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장에게 듣는다-②> 민병덕 국민은행장, "기본으로 돌아가 위기 넘는다"

中企대출 3조 증액, 국민주택기금 입찰 참여

민병덕 국민은행장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현재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견실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본에서 다시 출발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25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 국민은행의 역량을 재점검하는 한 해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서 마케팅과 영업활동의 효율성을 이끌어내고 본부 부서의 유기적인 지원을 더해 더욱 생산적인 조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민 행장은 경기침체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을 지난해 2조5000억원보다 5000억원 늘어난 3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새롭게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들도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경영 정상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데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민 행장은 "고정금리 대출 판매 활성화를 위해 2월 초 소형주택(60㎡)과 비거치 분할상환을 우대하는 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다만 경기가 하강하면 금리 하락 기대감으로 변동금리를 선호하게 돼 고정금리 대출 확대에 다소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딩뱅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특히 새롭게 계열사로 편입된 KB저축은행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민 행장은 "KB저축은행의 타깃 고객층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국민은행의 영업범위와 겹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은행에서 대출 지원이 곤란한 고객에게 저축은행을 소개하는 식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축은행은 은행으로부터 소개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서 당초 설립 취지인 서민금융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사금융보다 나은 조건으로 저축은행을 이용할 수 있어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 지위를 되찾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탓에 거래고객이 이탈하고 신규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민 행장은 "수탁은행 지위 포기로 인해 이익실현의 기회를 상실한 게 사실"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국내 제일의 소매금융기관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차기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 선정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정중동(靜中動)'의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민 행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을 감안해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투자자금이 수반되는 인수·합병(M&A)을 지양하겠다"며 "해외 시장 진출은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 개소하는 인도 뭄바이 사무소를 조기에 지점으로 전환하고,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딧은행(BCC)도 현지 리딩뱅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민 행장은 "금융권의 탐욕이나 공생발전이라는 화두가 등장한 것은 금융회사의 지나친 이익추구 때문"이라며 "이는 글로벌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한 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고객과의 신뢰 구축 및 국가경제 동력으로서의 공공성 추구"라며 "어려울수록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금융의 공익적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