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성장률을 당초 예상치(4.4%)에서 3.4%로 대폭 하향조정한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4일 세계경제전망을 당초 4.0%(지난해 9월 전망치)보다 크게 하향조정한 3.3%로 수정하면서 세계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올해 3.7%대 성장을 전망하면서 저성장시대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3.6%, LG경제연구원은 3.4%까지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전망도 어둡다.
더 큰 문제는 성장률이 아닌 잠재성장률이다. 이미 국내외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낮게 예측하면서 저성장시대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국내외 연구기관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은 1998년~2007년에 연평균 4.7%였던 한국경제 잠재성장률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3.8%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정부 추정치인 4%대 중후반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삼성경제연구소도 3.8%, 국회예산정책처가 2011~2015년 3.7%의 잠재성장률을 전망했고, OECD는 2012~2025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4%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경기가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성장능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투자부진 ▲노동투입력 악화 ▲수출의 부가가치 파급효과 하락 ▲내수부문의 취약 ▲신성장산업의 지연 등에 기인한다고 봤다.
실제로 투자 감소는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설비투자는 큰폭의 감소세로 돌아섰고, 실질 고정투자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1.3%에 머물고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고정투자증가율은 연평균 17.8%에 달했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국내에 투자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국내 제1의 기업인 삼성은 올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노동투입력 약화는 투자 감소화 함께 잠재성장률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회원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사실상의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2%를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화에 따라 일할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04만명에서 2060년 2187만명으로 줄어든다. 2010년 우리나라 출산률은 1.23명으로 전세계 186개국 중 184위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도 줄고, 일할사람도 줄어 성장잠재력이 떨어질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1970~1980년대 육성한 철강, 기계,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외에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이라고 할만한 신성장산업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잠재성장저하의 원인이다.
1990년대 반도체와 IT산업이 부각된 후 정부가 바이오산업, 신소재산업, 서비스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는 있지만, 관련산업은 각종 규제와 관심부족으로 지지부진하고, 눈에 띄는 성과도 없는 실정이다.
◆ 공공요금·국제유가 인상, 물가불안 가중
지난해 겨우 끼워맞춘 소비자물가도 연초부터 불안하다. 지난해 억눌렀던 공공요금인상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고, 이란 핵문제 등 중동정세 불안으로 유가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이란제재 조치가 무력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원유가격은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3%대 초반으로 묶겠다는 소비자 물가는 국제 유가 앙등으로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에게도 휘발유 등 운송수단에 필수적인 연료유와 난방유 급등을 불러와 서민 생계에 막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은행의 모델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0.2%포인트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반대로 0.2%포인트 감소한다.
국제유가가 150달러선을 넘어선다면 경제성장률 2% 이하, 물가상승률 6% 이상의 ‘끔찍한 미래’도 예상 가능하다. 국제유가가 40% 가까이 오르므로 단순 계산으로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2.9%, 물가상승률은 4.1%까지 악화되게 된다.
주원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잠재성장률 추가하락을 막으려면 수출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내수를 키우는 한편, 신성장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실효적인 투자 인센티브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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