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26일 계열사인 호텔신라의 자회사인 보나비가 운영 중인 커피, 베이커리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기술 지도를 통해 소액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아티제 블랑제리 지분도 함께 정리키로 했다. 사회와 아티제 종업원들에게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상생경영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호텔신라 측은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사회와의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사업 철수를 전격 발표하자 범LG家인 아워홈도 순대와 청국장 사업을 B2C 시장에서 철수키로 했다. 아워홈은 지난해 발표된 동반성장위원회의 순대·청국장 사업 확장 자제 권고안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결과, B2C 시장에서의 순대·청국장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아워홈 측은 "그 동안 투자해온 최신 설비 및 영업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상생 협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취지에 따라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 롯데, 신세계는 시큰둥?
현재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 업종에 진출해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의 '포숑',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데이앤데이' 등이 있다.
장선윤 대표가 운영하는 포숑은 지난해 5월부터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 등 대형 점포에 단계적으로 입점해 9월까지 12개 점포에 입점했지만 현재는 7개 매장만 운영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역시 현재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지분 40%를 보유, 빵집 브랜드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앤데이는 이마트 118개 매장에 입점해 빵을 판매하고 있다. 달로와요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등 10개 점포에 입점해 있고, 베키아에누보는 본점과 센텀시티점 등 6개 점포에서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 측은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등은 대기업 골목 빵집 진출 등 이슈와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역시 아직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 잇따라 철수하는 배경은?
재벌 기업들이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손쉬운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여론의 비판 때문이다. 동네상권이나 소상공인 업종으로 인식돼 온 먹거리 사업에 뛰어든데 대한 비판이 사업 철수의 일차적 원인이 된 것이다.
아울러 최근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 발언도 한몫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때에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질타했다.
특히 "경주 최씨 가문의 경우, 흉년에는 어떤 경우에도 땅을 사지 말라는 가훈을 지켰고 그래서 존경을 받았다"며 대기업의 과도한 사업영역 확장 행위를 압박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재벌가 2∼3세들은 그동안 의류부터 생활 잡화에 이르기까지 수입판매로 돈벌이가 쉬운 사업에 손을 댔다"며 "모기업으로부터 매장과 자금지원 같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의 후원을 받아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려다 이번에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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