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오른 건설용 철근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원료값 인하를 이유로 후판 가격을 낮춰달라는 조선업계 요구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2월분 철근 공급 가격을 톤당 3만원 인상한 87만원으로 조정한다고 건설업계에 통보했다.
현대제철은 국내 최대 철근 생산업체다. 현대제철 이외에 동국제강, 한국철강, 대한제강, 환영철강, 한국제강, YK스틸 등이 대표적인 제강업체다.
이들은 철근 생산의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올랐다며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철스크랩의 국내 제강사 입고 기준 평균가격은 톤당 46만5000원이었다. 올 2월에는 톤당 52만3000원으로 인상됐다. 수입산 역시 같은 기간 톤당 472달러에서 485달러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전기요금까지 인상되면서 철근을 생산하는 ‘전기로’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수요처인 건설업계는 건설경기 침체 및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경영 여건이 어렵다며 가격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향후 대금 결제 거부로 강력하게 대응할 경우 또 다시 철근 공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후판 가격 인하 요구에는 수용 불가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철근과 달리 후판은 반대의 양상이다. 철강업계는 수요처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과 원료탄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으니, 제품 가격도 톤당 10만원 이상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후판 생산업체는 최대 규모의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8월 톤당 184.5 달러였던 것이 올해 1월에는 톤당 146달러까지 내려갔다. 강점탄(원료탄 가운데 하나) 역시 지난해 8월 톤당 302.5달러에서 12월에는 톤당 22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에 대해 최종태 포스코 사장은 “원료투입(원료 구매 당시)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당장은(1분기) 후판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내부적으로 원료 가격 인하폭 만큼 할인해서 후판을 공급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2분기 후판 가격을 톤당 16만원 인상해 현재 공식적으로 111만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공식 가격 인하 요청에 대해서도 포스코는 “(포스코) 가격이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공식 가격을 올리면 유통사 등의 재고 부담이 커져,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철근과 후판은 시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차 강판 공급 가격을 4% 낮추는데 합의했다. 신일본제철이 원료 가격 하락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한 도요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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