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는 WASP(백인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할 정도로 미국 사회에서의 기독교의 영향력은 강하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기독교의 힘은 곳곳에서도 보이고 있다. 보수 풀뿌리 운동인 티 파티에서도 ‘신(God)’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신은 분명히 기독교의 유일신이지 이슬람의 알라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카톨릭의 신도 아니다.
몰몬교도 롬니가 선전하고 있음에도 이들 WASP의 저항을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롬니의 대체할 후보를 계속 찾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오는 것도 이 이유다. 몰몬이 정통 기독교가 아닌 파생 종교라는 데 있다. 21세기 미국에서 여전히 기독교도들은 다른 종교나 정파를 공격하고 미국의 리더를 만드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물론 헌법상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나라다. 각 공립학교에서 매일 아침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 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신(God)’이란 말이 나오는 것을 각 주에서 금지 소송을 제기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물론 대법원은 그 신이란 단어가 반드시 기독교의 유일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결론을 내려주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민자의 나라로 건설된 미국은 분명 다문화 사회인데도 이처럼 기독교도의 영향력이 강한 것은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카톨릭과 유럽 왕실 및 귀족들의 탄압에 저항하고 나선 프로테스탄트가 미국을 세운 주역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08년 선거에서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은 미국을 이끌고 있는 지도부 엘리트 사회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반증한다. WASP가 아닌 다른 세력도 미국의 리더가 당당히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올해 공화당 대선에서 롬니가 이기면 기독교 소수 정파도 미국의 리더로 뽑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한번의 바람인 셈이다.
기독교도들은 자신들의 신앙의 정통성과 미국을 건국한 과정에서의 믿음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다른 세력들은 꼭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기독교의 유일신 믿음은 다른 종교를 ‘형제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배타성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 사회를 통합하는 데에 있어서는 오히려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