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 잘못하면 외국자본에 안방 내준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1-31 18: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여야가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강화에 발벗고 나섰다. 분식 사업과 제빵업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 금지와 퇴출을 주도할 태세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간 업종 '교통정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개방과 충돌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 대기업이 철수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시장이 경쟁력 격차로 외국자본에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야, 중기업종 지정 법제화 방향은

한나라당은 우선 이달 초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확대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불공정 근절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의 테두리에서 보호할 중소기업 업종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상생법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적합업종에 관한 대·중소기업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으면 사업조정신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민주통합당은 상생법 개정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대기업의 적합업종 위반시 징역·벌금형 △사업 조정에 따른 대기업의 사업 강제이양 등이 골자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30대 재벌 계열사는 1150개로 350개가 늘어 재벌공화국으로 전락했다"며 "재벌 2·3·4세가 물티슈부터 빵집, 분식집까지 집어삼키며 자기 잇속만 챙기는 재벌독식 구조를 과감히 수정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올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지정될 유통·서비스 분야다. 동반성장위는 올해 이 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데다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된 분야이기 때문에 적합업종 선정 자체가 쉽지 않다. 베이커리나 커피전문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영업방침을 따르지만 소유·운영권은 일반 점주들이 갖고 있어 기업규모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기 적합업종 외국자본에 잠식 우려

경제전문가들은 적합업종 지정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FTA 제체에선 외국자본의 우리 사장 잠식력만 키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진출했던 유통·서비스 시장에는 경쟁력 때문에 중소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고 외국자본이 잠식할 것"이라며 "이는 단일국민경제가 아니라 FTA 등 개방화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대기업이 선점했던 업종의 경우, 사업을 포기하더라도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가 중소기업 쪽보다는 외국계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학회에 따르면 중기 고유업종제(2006년 폐지)가 시행됐던 12년간 고유업종에 속하던 산업은 평균적으로 사업체 수 1.3% 감소, 생산액 비중 4.3% 감소, 월평균 종사자 수 비중 2% 감소, 부가가치 3.9% 하락 등 경제적 비효율성이 드러났다.

한선옥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중소기업 보호책은 오히려 글로벌 기업의 시장 잠식을 키웠다"며 "조명산업의 경우 현재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등 시장이 대부분 잠식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적합업종 지정이 한·미 FTA의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적합업종제도와 ISD 조항 간의 충돌을 사전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것은 동반성장위가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지만 민간조직이고 각종 권고가 민간 자율합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업조정 이행이 강제되면 국내 대기업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들이 반시장·차별적 정책이란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