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C스코츠데일 16번홀(파3) 전경. [미국PGA투어 홈페이지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길이 162야드(약 147m)에 그린주변 벙커는 5개. 그저그런 파3홀처럼 보인다. 그러나 갤러리들에게는 가장 재미있고, 선수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이 홀은 3일(한국시간) 미국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TPC스코츠데일(파71)의 16번홀이다.
1987년 이 대회가 열린 이후 25년간 이 홀 평균타수는 3.01타로 18개홀 가운데 난도(難度) 11위다. 지난해 평균타수는 3.017타로 투어 파3홀 206개중 143위에 랭크됐다. 선수들은 8번이나 9번 아이언을 잡는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홀 주변 사방을 에워싼 관람석, 그리고 2만∼3만명의 갤러리들의 내지르는 함성과 소란스러움 때문이다. 대부분 갤러리들은 손에 맥주캔을 든 채 떠들며 관람한다. 진행요원들이 ‘조용히’라고 씌인 팻말을 들어도 소용없다. 이 곳에서만큼은 ‘골프는 에티켓을 존중하는 신사의 스포츠’라는 말이 안통한다.
이 홀은 골프코스같지 않고 축구장이나 야구장처럼 생겼다. 선수나 갤러리 모두 어느 스타디움이나 아레나에 와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 때문에 갤러리들의 시끌벅적함은 더 증폭된다.
제프 오길비는 “16번홀에 오면 항상 재미있다. 선수들은 갤러리들이 기대하는 멋진 샷을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고 말한다. 그는 “이 홀은 버디나 굿샷이 나오면 가장 재미있는 홀이지만, 보기나 실수가 나오면 가장 재미없는 홀이 되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고 덧붙인다. 팬들은 굿샷엔 큰 함성과 박수로 환호하지만, 배드샷엔 심한 야유를 퍼붓기도 한다. 설계자 톰 와이스코프는 이 홀을 선수보다는 갤러리 위주로 셋업한 듯하다. 한 외신은 “다혈질인 애리조나 갤러리들이 매년 한 번 이 홀에 몰려와 최대의 ‘골프 파티’를 연다”고 적었다.
이 홀에서는 25년동안 8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투어가 열리는 코스의 파3홀 가운데 오거스타내셔널GC 16번홀 등과 함께 다섯 번째로 많은 홀인원수다. 선수들은 이 기간 모두 1만394차례의 티샷을 했으므로 1299번 티샷에 한 번꼴로 홀인원이 나온 셈이다. 프로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3000분의 1로 추산한다. 이 홀에서는 홀인원이 확률보다 더 양산됐다는 의미다. 타이거 우즈는 1997년 대회 때 홀인원을 했고, 지난해에는 재로드 라일이 2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 리키 파울러, 키건 브래들리, 웹 심슨 등이 우승후보로 꼽힌다. 애리조나 주립대를 나온 미켈슨은 이 대회에 23번째 출전해 두 차례 우승했다.
한국(계) 선수는 양용은(40·KB금융그룹)을 필두로 위창수(40·테일러메이드) 강성훈(25·신한금융그룹)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 케빈 나(29·타이틀리스트) 앤서니 김(27·나이키골프) 대니 리(22·캘러웨이) 존 허(22) 등 8명이 나간다. 배상문(26·캘러웨이골프)은 대기자 명단에는 올랐으나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경주(42·SK텔레콤)는 그 기간 유러피언투어 카타르 마스터스에서 출전한다.
<TPC스코츠데일 이모저모>
※1987∼2011년 통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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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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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 8개
최다 언더파 15(케니 페리)
최다 라운드 86(마크 캘커베키아)
최다 버디 23(케니 페리)
나흘동안 올 버디 3명(루크 도널드 등)
하이 스코어 7타(봅 트웨이 등 4명)
최장 퍼트 성공 16.5m(브라이스 몰더)
최고 그린적중률 100%(브렌든 존즈 등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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