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골수기증…나눌수 있어 오히려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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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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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덕해 관동의대 명지병원 전공의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두 번이나 골수기증을 한다고 주변에서는 대단한 일이라고 하지만 실제 경험해 보면 그렇게 칭찬받을 일도 아닌데 부끄럽습니다.”

내달 9일 두 번째로 골수 기증을 앞둔 예덕해씨(30·명지병원 정신과 전공의 4년차)는 환자들과 조금이라도 고통을 나눌 수 있어 오히려 기쁘다고 말했다. 전화인터뷰를 통해 만난 예씨의 목소리는 의외로 덤덤했다.

- 골수기증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2003년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대학로를 지나다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모집하는 봉사자에 이끌려 등록하게 됐습니다. 어차피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명색이 의대생인데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큰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 주변의 반대는 없었는지.
“처음 등록했을 때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골수기증 등록 후 1년 6개월이 지난 2005년 6월 유전자가 맞는 환자분이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사실 저도 조금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기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지만 ‘의사 될 사람이 거절하면 누가 하겠느냐’며 응원해 주셨습니다. 기증 당일에는 함께 병원에서 주무시며 돌봐주셨어요.”

- 벌써 2번째 골수기증을 하게 됐는데.
“제 조혈모세포를 받으시는 환자분께서 빨리 쾌차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증받으시는 분도 이식준비까지 힘든 치료과정을 겪었을 것이고 이식 후에도 100% 완치를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실 테니까요.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환자와 보호자 마음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병원에서 생활하다보면 여러 질환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을 보고 마음이 안 좋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제게 기증받은 분이 그런 고생을 조금이나마 덜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내달 8일 이대 목동병원 입원 예정인데 저희 병원에서도 흔쾌히 근무까지 빼 주시며 격려해 주셨어요.”

- 특별히 어려운 점은.
“딱히 어려운 점이라기보다 아무리 의사라지만 저도 사람인데 통증이 심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입니다. 처음엔 전신마취를 하고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직접 뽑았습니다. 허리운동을 조금 무리하게 했을 때의 근육통 같은 불편함이 3~4일 정도 느껴졌지만 정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물론 의학적으로 후유증은 전혀 없습니다. 이번에는 마취 없이 수혈하듯 혈관을 통해 조혈모세포를 거르게 됩니다. 그만큼 의학기술이 많이 발전해 골수기증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 더 많은 골수기증 동참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고 힘들 때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 다들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지금 누군가는 질병 때문에 고통 받고 있고, 옆에 있는 가족들은 그 고통을 덜어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고 있습니다. 내게 없는 것을, 부족한 것을 나눠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조혈모세포기증도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또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골수기증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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