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가 짧을수록 보험료가 싼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이 최근 날개돋친 듯 팔려 한 달 만에 가입자가 20만명을 넘었고 이로 인한 부실판매가 우려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운전성향을 따지지 않고 어느 모로 봐도 1년에 7000㎞ 넘게 달릴 것 같은 운전자까지 마일리지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게 대표적인 부실판매 사례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들에 보낸 공문에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급증해 부실판매와 과당경쟁으로 말미암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부실판매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외형경쟁은 보험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한다”며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도록 요구했다.
가격을 할인해주는 마일리지 보험 사업에서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겨도 비(非) 마일리지 보험의 보험료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마일리지 보험을 마케팅 디스카운트(판촉용 가격할인)로 여겨 부실판매나 과당경쟁을 저지른 보험사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마일리지 보험은 지난달 말까지 16만4000명에게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가입이 완료되지 않은 배서 단계까지 포함하면 21만5000명에 달한다. 마일리지 보험이 출시된 지난해 말 이후 개인용 자동차보험에 146만3000명이 가입한 것과 비교하면 10명 가운데 1~2명꼴로 마일리지 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마일리지 보험은 연간 주행거리가 7000㎞ 미만일 때 최고 13.2%까지 보험료를 깎아준다. 주행거리 확인방식과 보험료 할인방식을 조합해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가장 많이 팔린 유형은 계기판을 촬영해 주행거리를 보험사에 알려주고 만기 때 일부 보험료를 돌려주는 `계약자고지+후할인’ 방식으로, 14만9000건(69.6%)이다.
보험료를 먼저 할인받고 만기 때 약속한 주행거리를 지켰는지 점검하는 ‘계약자고지+선할인’ 방식이 5만7000건(26.4%)으로 뒤를 이었다. 주행거리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장치(OBD)를 차량에 설치하는 ‘OBD 방식’은 선할인과 후할인을 합해 8000건(3.9%)에 그쳤다.
주행거리 7000㎞ 미만인 운전자는 263만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추세면 출시된 지 1년 만에 가입대상 운전자가 100% 가입하는 현상마저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불티나게 팔린 마일리지 보험 가운데 부실판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사들이 새로운 상품의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덮어놓고 싼 가격을 미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탓에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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