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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이 용어가 서울시의 주택 정비사업 정책에도 똬리를 틀었다. 바로 '뉴타운 출구전략'이다. 공식 명칭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공식 명칭이 되어버린 모양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얼마 전 '뉴타운·정비사업 신(新)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재개발·재건축구역을 쉽게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 내용이다. 주택 정비사업지로 지정됐지만 사업시행 이전 단계에 있는 61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뒤 주민 30% 이상이 반대하면 구역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뉴타운 출구전략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 기존 주택 재정비사업이 낳은 부동산 투기 광풍과 철거민 양산, 전셋값 급등, 공동체 붕괴 같은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서울 정비사업지 610곳이 대거 수술대에 오름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 또한 만만찮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이곳 저곳에서는 사업 추진 여부를 둘러싼 주민 갈등과 반목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민의 30%만 반대하면 구역 해제'라는 것이 '뉴타운·정비구역 해제'에 편향된 수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수(70%)는 찬성하는 데 30%가 반대한다고 사업을 접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다.
재개발·재건축단지에는 개인 이익을 챙기려고 반대 투쟁을 일삼는 세력이 존재한다. 이 '30% 룰'이 이른바 '알박기'에 악용되면서 결국에는 극소수에게 사업의 존폐를 가름하는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주는 우스꽝스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구역 지정 해제에 따른 '매몰(埋沒)비용' 처리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공사 등에서 빌려 쓴 돈은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비사업 해제로 발생할 매몰비용이 조 단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엄청난 비용 분담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 조합원 등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은 불보듯 뻔하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공동 부담을 원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서 민간이 추진한 사업을 국민 세금으로 뒷감당해줄 수는 없다"며 "강원도·제주도 주민이 낸 세금으로 서울의 정책 실패 비용을 댄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재개발을 무조건 억제하는 식으로 갈 일이 아닌 것 같다. 도시 정비사업은 서울의 주요 신규 주택 공급원이다. 현재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은 서울 주택공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결국 전세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뉴타운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향한 발걸음은 떼어졌지만, 그 한걸음 한걸음은 매우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 꼼꼼하면서도 질서 있는 출구전략으로 부작용을 줄이면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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