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김병현, 매니저 채무 3억원 관련 연대보증 책임 없어"

▲(자료사진) 20일 오전 하얏트 리젠시 인천 호텔에서 김병현의 넥센 입단식이 진행됐다. 행사장에서 김병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아주경제 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프로야구 선수 김병현의 국내 매니저 이모(40)씨의 채권자인 하모 씨가 매니저가 빌린 3억원 관련된 연대보증의 채무를 이행하라며 김병현(33)을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던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발표했다.

하 씨는 2006년 11월 이 씨에게 3억원을 빌려주면서 이 씨가 임의로 작성했던 김병현의 연대보증 각서를 받았고 이 씨가 돈을 갚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 씨는 김병현의 서울 강남구 모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고 "채무변제 불이행시 김 씨가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준 바 있다.

이에 1심은 대리권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2심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전 1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본 대리권의 존재'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도 인정돼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표현대리의 '정당한 사유'가 없다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가 김병현의 국내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프로스포츠 활동의 매니지먼트 내지 영업관리를 업무로 할 뿐 스포츠 활동과 무관한 일반 민사계약 체결 등 재산상 법률행위까지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매니저라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채무를 대신 갚는다는 각서를 쓰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어서, 이 씨에게 김병현 이익에 상반되는 이 사건의 채무를 연대보증할 대리권이 있다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 씨는 이 씨로부터 김병현이 자신의 부동산 가등기 권리를 포기하고 3억원이라는 거액의 채무를 대신 부담한다는 취지로 작성된 각서를 받은 후, 김병현에게 연락해 이 씨의 대리권한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한다"면서 "김병현이 유명 프로야구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노력이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1999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잠수함 투수 김병현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일본 프로야구팀 라쿠텐 골든이글스 등을 거치며 활약한 뒤 지난달 20일 국내 프로야구로 돌아와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