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계 은행 판도 변화… 中 '뜨고' 美·유럽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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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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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로존 위기로 실적 희비, 중국계 은행 강세 지속될 듯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계 은행들은 기업대출 수요 확대로 순익이 크게 늘어난 반면 미국계와 유럽계 은행들은 유럽 재정위기로 재정거래 규모가 축소되고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대거 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외국계 은행의 판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대출 위주의 영업 전략을 구사하는 아시아계 은행들의 순익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계 은행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공상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늘었다.

건설은행은 82억원에서 299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중국은행은 92억원에서 122억원으로 32.6% 증가했다.

교통은행은 30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308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찬균 금융감독원 외은지점감독실 부국장은 “국내 대기업 중 중국계 은행과 거래하는 곳이 많다”며 “거래선만 확보하면 기업대출을 꾸준히 유치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 중 중국 시장에 진출한 업체가 많다보니 중국계 은행과의 거래도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투자은행(IB) 업무에 집중해 왔던 미국계와 유럽계 은행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 중이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뉴욕멜론은행 등 국내에 지점을 갖고 있는 6개 미주계 은행들은 지난해 17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2546억원)보다 43.4% 감소한 금액이다.

바클레이즈와 HSBC,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UBS 등 15개 유럽계 은행들의 지난해 순이익도 6521억원에서 4364억원으로 33% 감소했다.

미국계 및 유럽계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이자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계 은행들이 거둔 이자이익은 2조2249억원으로 전년보다 10.2%(2540억원) 감소했으며, 유가증권 관련 이익도 4406억원에서 1789억원으로 무려 71.1% 급감했다.

정 부국장은 “본점이 어렵다보니 국내 외국계 은행들의 자금 차입 규모가 줄어들어 이자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글로벌 신용경색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유가증권 관련 이익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계 은행의 부상과 미국계 및 유럽계 은행들의 몰락이 국내 금융시장의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중국계 은행들이 국내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같은 기조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등으로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며 “중국계 은행과 거래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어 수익성 전망도 밝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계 및 유럽계 은행들이 영업전략 궤도 수정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의 영업전략을 변경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따른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다만 본점의 방침을 파악하기 쉽지 않아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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