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자원·플랜트 외교 실속없는 MOU만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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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1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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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작년 8월 26건 체결..계약성사 5건

(아주경제 정수영·이명철 기자) 국내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대부분 양해각서(MOU) 체결에 그치고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플랜트 외교로 MOU 체결은 급증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어 일반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MOU 체결에 앞서 사업의 타당성 및 자금 조달 문제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MOU가 일단 체결된 뒤에는 국가와 산업 발전에 필요하다면 보다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9일 관련업계와 민주당 노영민 의원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 대통령과 특사, 총리 등이 해외에서 체결한 MOU는 총 26건에 이른다. 이 중 21건은 별 소득 없이 사업이 종료되거나 정보교류 수준에 그쳤다. 계약이 성사된 것은 5건에 불과했다.

사업이 곧 성사될 것처럼 떠들썩하게 체결됐던 각종 MOU들이 ‘요란한 빈수레’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0년 터키에서 원전 4기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 등에서 서로 입장 차를 보이면서 6개월여 만에 협상이 종료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최근 터키 정부와 체결한 터키 화력발전소 건설 MOU에 일부에서 의구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나라는 지난 5일(현지시간) 압신-엘비스탄 지역 내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 9월 본계약을 맺기로 했다. 하지만 본계약까지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건설업체 중에서는 MOU 체결을 홍보만 한 후 본계약 체결 소식은 들리지 않는 곳도 많다.

2008년 9월 서광건설은 타지키스탄 REGOOD사와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공주택 및 호텔공사 MOU를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이 회사는 유동성 위기를 겪다 2010년 4월 상장 폐지됐다.

중견건설사 우림건설은 2010년 2월 세네갈과 기간사업 및 수자원 개발에 협력하는 합의각서(MOA)를 교환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추진이 불투명하다.

해외사업이 활발한 신한은 2010년 5월 예멘에서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풍력발전 사업 MOU를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1월에는 이라크 측에서 총 사업비 250억 달러 규모의 주택 50만가구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 방한,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과 접촉을 하고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지금은 흐지부지 된 상태다.

당시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라크 측에서 요청이 와 현지에 전문가들을 파견하는 등 사업 추진을 검토했지만 치안 등 사업 여건이 열악해 사실상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MOU는 서로 간에 양해된 내용을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행하는 문서로 된 합의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실적 늘리기에 급급해 MOU부터 체결할 것이 아니라 사업 타당성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해외사업영업담당 임원은 “정부가 MOU 체결만 도와준 뒤 후속조치는 나몰라라 하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해외 사업의 경우 ‘실적 만들기’를 지양하고 현실적으로 투자가 가능한 나라와 업체를 대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MOU가 체결됐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국가 및 기업 이미지 손상은 물론 투자자들의 손실도 만만찮다”며 “해외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와 함께 사업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 빨리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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