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8일 오전 9시께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 기와 전투-정찰기 수호이(Su)-27기 2대, 장거리 전파탐지기 A-50 등 러시아 공군기 5대가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섬 인근 상공을 선회 비행했다. 이 가운데 1대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로 알려졌다.
러시아 공군기들은 일본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일본 전투기들은 그러나 러시아 공군기가 영공에 가까이 접근하자 긴급 출격하는 소동이 일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번처럼 많은 러시아 공군기가 일본 상공을 선회비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9일 일본에 접한 태평양 공해 상공에서 Tu-95MS 폭격기 등이 참여한 초계 비행 훈련을 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태평양 중립 해역에서 이뤄진 이번 훈련으로 일본이 우려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러시아 공군기의 초계 비행은 때가 절묘하다. 이날을 기점으로 러-일 관계에서 민감한 기념일들을 전후로 껴있다. 일본은 7일을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빚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을 촉구하는 ‘북방영토의 날’로 정하고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러시아는 9일을 러-일 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함정 ‘바랴크’호의 영웅적 전투를 기념하는 날로 정해놨다.
주목할 점은 근년 들어 러시아 군용기가 일본 영공에 접근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에도 Tu-95MS 폭격기 2대가 한반도 동쪽에서 남하한 뒤 대한해협, 오키나와를 거쳐 태평양을 북상하는 코스로 비행했다. 이 전투기는 당시 19시간에 걸쳐 공중 급유까지 받으면서 일본 열도 인근을 유유히 돌아나갔다.
같은 해 7월에도 Tu-95MS 2대가 약 11시간 동안 일본 인근 동해 상공을 따라 초계 비행을 펼쳤다. 이에 일본과 한국 전투기 10대가 대응 출격해 러시아 폭격기들을 감시한 바 있다.
2010년 10월과 11월에도 러시아 Tu-95MS 전폭기들이 태평양과 동해 상공에서 연이어 초계비행을 해 일본과 한국 전투기들이 긴급 출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뒤로 예산 부족을 이유로 태평양과 대서양, 북극해 등에 전략 폭격기의 초계 비행을 중단했다. 2007년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현 총리)가 이들 해역 상공에서의 초계 비행을 재개했다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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