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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 |
꿈 중 최고의 꿈이 '똥' 꿈이라고 한다. 꿈에 화장실을 청소하면 횡재할 운이요, 대소변이 몸을 더럽히면 재물을 얻을 징조이며, 자신이 변소에 빠졌다 나오면 만사가 대길하고, 똥이 땅에 가득하면 사업이나 투자 성공으로 인해 큰 돈을 만지게 될 징조라고 한다.
이는 농경시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땅에서 농산물을 생산해서 먹고 살았다. 하지만 농산물 생산도 분뇨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하다못해 옛날에는 볼 일이 아무리 급해도 이웃집에서 일을 보면 큰일 나는지 알았다. 그만큼 분뇨가 귀했던 것이다.
국민소득 증가와 더불어 축산물 소비량이 늘면서 농업분야에서는 축산업의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 가축사육 형태도 집단화, 대규모화하고 전업화함으로써 분뇨발생량이 많아졌다. 반면 가축분뇨의 역할을 대체할 화학비료도 개발돼 가축분뇨는 점점 예전의 지위(?)를 잃고 일상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쓸모없는 가축분뇨는 일부 축산 농가들의 무관심 속에 주변을 오염시키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가축분뇨는 자원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오히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올해 1월 1일부터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육지, 즉 우리 삶터에서 처리해야 할 가축분뇨의 양은 늘었다.
특히 소득수준 증가와 농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친환경 농축산물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성향과 구매행태를 살펴보기 위해 주부 5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친환경농산물 구매경험자 421명 중 향후 소비의향을 묻는 질문에 41.1%는 ‘구입비중 확대’를, 39.4%는 ‘현 수준 유지’라고 답해 향후 구매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인 비율이 전체의 80.5%나 차지했다. 또한 친환경농산물 구매 비경험자 105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의향 설문조사에서도 ‘여건이 되면 구매하겠다’는 답변이 74.3%로, ‘구입의향이 없다’는 13.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소비자가 가장 관심을 갖는 유기농산물을 포함한 친환경농산물의 생산은 기본적으로 가축분뇨가 있어야 가능하다. 가축분뇨가 농작물을 건강하게 자라나게 하는데 필수적인 퇴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의 화학비료 사용은 지력을 약화시켜 건강한 농작물 생산을 방해하고 땅 속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의 문제점을 야기했다.
전북 김제 중촌마을은 가축분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열과 이산화탄소를 시설작물 재배에 이용하는 자연순환형 녹색마을이다. 31가구에서 4000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4000마리의 돼지에서 나온 가축분뇨는 매일 600k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하루 6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또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과 이산화탄소, 퇴비, 액체비료는 온실과 논에 환원해 작물재배에 활용된다.
가축분뇨를 잘 활용한다면 오염원이 아니라 우리의 환경을 보전하는 자연순환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축산농가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제대로 발효된 가축분뇨는 냄새도 나지 않으며 땅의 생태계를 살리고 우리에게 건강한 농작물도 안겨준다. 하지만 제대로 발효가 이뤄지지 않은 가축분뇨는 땅에 무리를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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