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여온 수입차 시장은 시장가격 책정에서부터 부품가격, 유통 구조에 대한 소비자와 딜러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7월 발효된 한·EU FTA(자유무역협정)에도 차 가격 인하폭이 미미했고 오히려 일부 업체는 값을 올리기까지 해 FTA의 관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비난이 많았다.
차 부품 가격은 국산차의 5배가 넘고 공임, 도장료 등도 턱없이 비싸 차를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체할 때마다 목돈이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영업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공정 경쟁 논란, 비리 의혹은 공정위로 하여금 ‘조사의 칼’을 빼들게 한 또다른 이유다.
◇수입차 도 넘은 배짱 영업…소비자 불만 커져=수입차업체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작년 말 신년 업무계획부터 예견됐다.
당시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EU FTA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지 못한 분야의 진상을 철저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수입차에 대해서는 그간 가격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부유층의 상징이 된 ‘외제차’의 성장은 계속됐다.
수입차 시장은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고급차를 중심으로 작년 신규 등록대수가 10만5천37대로 사상 처음으로 10만대 벽을 돌파할 정도로 커졌다.
소비자들은 독과점시장이 굳어지는 국산차 시장에서 한-EU FTA가 발효되면 더욱 싼 값에 질 좋은 수입차를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벤츠 수입법인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MBK)는 올해 1월 1일부터 편의장치 추가 등의 이유로 일부 모델 판매가격을 평균 0.5% 올려 비난을 받았다.
BMW코리아도 작년 12월 출시한 신형 528i 가격을 기존 모델(6천790만 원)보다 약 0.7% 오른 6천840만원에 책정했다.
일부 가격을 내린 업체도 있지만 그간의 환율 하락까지 고려하면 ‘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비싼 수리비도 문제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저속충돌시험에서 외제차의 평균 수리비는 1천456만원으로 국산차(275만원)보다 훨씬 많이 든다. 외제차 수리비는 국산차보다 부품 값이 6.3배, 공임 5.3배, 도장료는 3.4배에 달했다.
소모품의 하나인 미션오일만 봐도 국산차의 교체비용이 30만~50만원인데 비해 외제차는 150만원이 넘는다.
수입차업체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가끔 외국의 자동차 구매자들도 이렇게 비싸게 자동차를 사서 타고 다니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MBK의 경우 그동안 지분 49%를 보유한 2대 주주 겸 최대 딜러인 한성차와 최대한 많은 배당금을 남기려고 틈날 때마다 가격을 올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MBK는 지난 2009년에 순이익 204억원 중 180억원을, 이듬해 순익 235억원 중 212억원을 배당금으로 돌려 지분 비율대로 나눈 바 있다.
반면 이 기간 MBK의 기부금 규모는 각각 3천20만원, 3천56만원에 그쳐 한국 시장에서 떼돈을 벌면서 사회공헌은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성자동차의 모체인 화교재벌 레이싱홍은 최근 수년간 서울 중학동과 청담동 등지에 수천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 끊이지 않는 스캔들과 비리 의혹=수입차 시장의 각종 스캔들과 비리 의혹도 줄을 이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비리 의혹의 단골 소재는 임포터(수입법인)와 딜러간 금품 수수다.
폴크스바겐 코리아의 경우 작년 하반기 독일 본사에서 담당자들을 파견해 집중적으로 특별 감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고된 진통을 겪기도 했다.
독일 본사 감사팀은 수개월에 걸쳐 중고차 판매 및 국내 딜러와의 관계에서 비리가 있는지를 집중적
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에는 독일 벤츠 본사가 벤츠 수입법인 MBK의 관계사인 벤츠파이낸셜 서비스코리아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감사팀 관계자 3명을 파견해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법인카드 사용내역 중 상당한 금액이 지속적으로 국내 벤츠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측 주요 인물들에 대한 접대에 사용됐고 한성차도 수시로 교차 접대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밖에 한 임포터의 고위 관계자가 작년에 돌연 회사를 그만뒀는데 사퇴 이유를 놓고 업계에서는 ‘본사 감사 결과 딜러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게 발각됐다’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관행은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편익을 줄이는 부정적 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슬픈 현실이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화려함과는 달리 수입차 시장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시장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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