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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권오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최지성 부회장은 대표 사내이사에 재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 등 고객사들의 불안감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부를 완제품(DMC)과 부품(DS)으로 나눴다. 수장 역시 완제품은 최 부회장, 부품은 권 부회장에게 맡겼다.
이같은 조직 개편은 고객사들에게 사업부간 독립경영 의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세계 IT업계에서는 드물게 부품 공급사이자 완제품 제조업체다. 이는 삼성전자의 초고속 성장의 비결이기도 하다.
반면 부품 고객사들로부터 자사의 영업기밀이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부로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실제 애플을 비롯해 상당수 IT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완제품과 경쟁하면서도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TV와 스마트폰이 잘 팔릴수록 이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고객사들의 불만을 인식, 지난해 완제품과 부품으로 사업부를 나눴다. 사업부간 '차이니즈 월'(Chinese wall)을 세워, 내부 정보 교환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업부문 간 방화벽을 더욱 견고히 하고 부품 거래선과의 신뢰관계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완전한 독립경영 위한 화룡점정(畵龍點睛) 차원에서 권 부회장의 대표이사 등재가 그동안 유력시 됐다.
하지만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기존 예상은 빗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결과 최 부회장이 권 부회장보다 여전히 높은 위치에 있다"며 "삼성전자는 당분간 최지성 부회장 중심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완제품과 부품의 사업적인 분리는 이뤄졌을지 모르지만 조직상의 분리는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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