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임 대통령에 가우크 사실상 확정

(아주경제 전재욱 기자) 독일의 신임 대통령에 동독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개신교 목사 출신인 요아힘 가우크(72)가 사실상 내정됐다. 19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여야 합의를 거쳐 가우크를 신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기로 했다고 BBC 인터넷판이 이날 보도했다. 메르켈은 이날 “동독의 평화적 혁명을 이끌어낸 가우크와 같은 기독교인을 우리는 잊어선 안된다”면서 그를 “민주화의 스승”이라고 치켜세웠다.

가우크는 개신교 목사 출신으로 개신교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동독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메르켈 총리와 출신 지역과 종교가 같다. 그는 동독의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독일이 통일된 뒤 그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동독 공안조직인 슈타지가 보유한 문서를 관리하는 구동독 문서관리청을 이끌었다.

가우크는 지난 2010년 6월 대선에서 야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후보로 나섰다. 당시 지난 17일 각종 특혜 의혹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한 크리스티안 불프와 접전을 벌인 끝에 3차 투표에서 석패했다.

독일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로 그 권한은 크지 않다. 그러나 법안과 국제 조약 등에 최종 서명권을 갖는다.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 총리 선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날 메르켈의 기독교민주당(CDU)은 연정내 소수당인 자유민주당(FDP) 및 기독교사회당(CSU)과 차기 대통령 후보 지명을 놓고 18일부터 이틀째 격론했다. 기민당내 다수 의원들은 전 환경부 장관인 클라우스 퇴퍼를 지지했으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 자유민주당(FDP)과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날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탁의 국민 여론 조사 결과에서 가우크는 차기 대통령으로서 가장 많은 54%의 지지율을 받았다.

한편 이번 대통령 인선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독보적인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당초 불프의 사임으로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처하면서 1인자로서 자리를 굳힌 메르켈의 자국내 영향력은 변함 없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독일의 진짜 수장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라고 보도했다.

메르켈은 자신이 여론의 반대를 무릎쓰고 지명한 불프 전 대통령이 17일 사임하자 “개인적으로 깊은 유감”이라며 차기 대통령 지명은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