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냉전시대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 증강 공약

(아주경제 전재욱 기자) 러시아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겸 대통령 후보자가 군사력 강화 비용을 냉전 시대 이후 최대로 늘릴 것을 공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보도를 보면 푸틴 총리는 정부 기관지 로시스카야 가제타에 기고한 6번째 캠패인 글에서 향후 10년간 군사력 강화에 2조3000억 루블(약 7700억 달러)을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국방예산 6500억 달러보다 1200억 달러 늘어난 금액이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전 유럽에 걸쳐 미사일 방어망(MD)을 구축한 가운데 러시아는 무기 현대화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내린 대응 조치”라고 강조했다.

푸틴 총리는 “스스로 조국을 방어하지 못하면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은 떨어지고 경제 성장과 민주화 등을 이룰 수 없다”면서 “누구도 우리의 약점을 공략하게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강력한 군사력은 우리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를 종식시킨 나토군의 리비아 공습을 상기시켰다. 그는 “종교와 지역 문제에서 촉발된 새로운 양상의 전쟁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졌다”면서 “이는 러시아 국경에 인접한 곳에서 비슷한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군현대화 작업은 지난해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주도한 국방비 증강에 반기를 들다가 경질된 뒤로 주춤했다. 쿠드린 장관은 “증세없이 국방비를 증가하면 러시아 재정은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취했었다. 러시아는 원유 수출 가격을 올림으로써 재원을 조달하고 재정 균형을 맞춰나갔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러시아산 원유는 2008년 배럴당 평균 65달러에서 올해 117달러선까지 올라 80% 가량 급등했다.

이를 의식한 듯 푸틴은 자신은 국가예산을 활용해 단기적 성과를 이루려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에게 30~50년 뒤를 내다 봐 전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무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나토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데 요체인 공군력 강화와 우주 개발, 전략적 핵무기 개발에 역점을 둘 것을 주장해왔다. 푸틴은 “군사력 증강 문제에 관련된 애국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러시아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만 푸틴은 내달 4일 치르는 대선에서 무난히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은 전직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으로서 강력한 지도자이자 러시아의 안정을 유지할 적임자임을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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