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줄탁동시, 화차, 가비, 양자탄비…. 무슨 뜻일까?
최근 극장가에 사자성어 제목을 단 영화들이 대거등장,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때 영어제목이 대세였던 영화시장에서 알쏭달쏭한 한자 제목 영화들은 일단 호기심 자극에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제목 속 뜻을 알아본다.
오는 3월 1일 개봉하는 '줄탁동시'는 신예 김경묵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보통 제목을 보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여타 영화들과 달리 '줄탁동시'의 제목은 여러 번 읽어봐도 난해하다.
‘줄탁동시(啐啄同時)’는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서는 껍질 안에서 쪼는 것과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트리는 행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김경묵 감독은 탄생과 소멸, 그리고 부활을 다룬 김지하의 시 ‘줄탁’ 에서 제목을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적 뜻과 영화 제목으로써 의미는 조금 다르다.
탈북자 소년 ‘준’과 몸을 파는 게이 소년 ‘현’이 도시에서 떠도는 삶을 그린 이 영화는 미숙한 두 소년이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린 성장 영화다. ‘줄탁동시’의 본래 의미와는 달리, 두 소년으로 분열된 하나의 인물이 자기 내부의 나르시시즘과 마주하기까지의 과정, 계속되는 삶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려는 두 인물의 고군분투를 그려낸다.
영화 '화차'(3월 8일 개봉)의 제목 역시 바로 뜻이 파악되지 않는다.
사라진 약혼녀를 둘러싼 충격적 미스터리를 담은 이 영화의 제목 ‘화차(火車)’는 일본 민담에 등장하는 ‘악인이 올라타면 절대로 내릴 수 없는 지옥행 수레’라는 의미다.
고종 황제의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 '가비'의 제목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비(加比)’는 커피의 영어 발음을 따서 당시 커피를 부르던 말로, 영화 속에서 커피가 중요한 소재임을 암시한다.
평범한 노부부의 특별한 사랑을 다룬 영화 '해로' 역시 한자 제목으로, 부부가 한 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어간다는 뜻으로 ‘백년해로’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하면 쉽게 와 닿는다.
영화 ‘해로’는 포스터 타이틀로도 주목받고 있다. '처음처럼' 소주 로고체로 유명한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죽음을 초월한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에 반해 흔쾌히 작업해준 선물이다. 주현, 예수정 주연의 이 영화는 3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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