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누나 이숙희씨 "계열 분리 과정에서 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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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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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큰 아들에 이어 이번에는 둘째 딸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씨가 소송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소송을 놓고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결국 가족보다 돈을 선택했다. 이로써 이건희 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은 형제간 분쟁으로 그룹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씨에 이어 차녀인 이숙희 씨도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 회복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숙희 씨는 지난 27일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아버지인 이병철 창업주가 남긴 차명 주식 중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몫을 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번 소송 역시 이맹희 씨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숙희 씨는 이건희 회장이 상속 재산을 지난 2008년 12월 단독명의로 변경했다며, 삼성생명 주식 223만여주·삼성전자 우선주 10주 등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1960억원 규모다. 이숙희 씨 측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또 다른 차명주식에 대한 소송도 추가로 준비하고 있어 향후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이숙희, 구자학 회장은 누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 씨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이다. 구자학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숙부이기도 하다.

구자학 회장은 LG그룹의 급식 계열사였던 아워홈을 지난 2000년에 계열 분리, 현재 독자 경영을 펼치고 있다. 사실 구자학 회장은 LG家 인물이지만 이숙희 씨와 결혼한 이후에는 삼성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해군 소령으로 전역한 이후 제일제당, 동양TV 이사, 호텔신라 사장, 중앙개발 사장 등 활발한 '처가 경영'을 펼쳤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씨도 한때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정도로 삼성과 교류가 많았다.

재계에서도 구자학 회장에 대해 LG가의 구씨답지 않게 낭만적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을 국내 처음으로 내놓는 등 여성적인 섬세함은 LG보다 삼성家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자학, 이숙희 부부가 이건희 회장에게 무언가 서운한 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 계열분리에 대한 서운함

이번 삼성가 형제들의 상속 관련한 소송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병철 창업주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형제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병철 창업주 타계 후 삼성가 8남매(3남 5녀)는 각각 동상이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숙희 씨는 남편인 구자학 회장이 삼성에서 오랫동안 헌신했기 때문에 계열 분리 당시 한몫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장녀인 이인희 고문이 한솔그룹,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를 가지고 독립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는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씨도 마찬가지다. 이맹희 씨 역시 당대에는 3남(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받았지만 3대에서는 장손(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삼성그룹이 승계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이숙희 씨의 소송 참여로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 형제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솔그룹은 이숙희 씨의 소송 사실이 알려진 후 곧바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과거 호텔신라를 비롯해 강북삼성병원 등은 본래 한솔그룹이 경영하던 기업"이라며 "경영권 승계 당시 이건희 회장이 이들 기업을 넘겨주지 않은 것에 대해 한솔그룹 오너 일가는 아직도 서운함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명희 회장까지 이번 소송에 가세, 승소하게 된다면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삼성생명 주식 수가 더해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업 수완이 뛰어난 이명희 회장이 이 같은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특히 이명희 회장이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달리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재계의 한 원로 기업인은 "이병철 회장은 큰 사위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위들이 의사, 교수여서 기업가 집안 출신인 구자학 회장을 데릴사위 개념으로 경영 수업을 시켰다"며 "하지만 창업주 사후, 손아래 처남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구자학 회장은 철저하게 배제됐고, 이후 LG그룹에 돌아와서도 전문경영인 역할 밖에 못했기 때문에 서운한 감정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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