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양회> 中 보시라이 서기 움직임 ‘촉각’

'개혁개방 견지, 과학적발전관' 구호 제창...후 주석 입맛 맞추기
충칭시 대표단 이례적으로 인민대회당 호텔에 숙박..외부 접촉 차단으로 풀이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자신의 오른팔이던 왕리쥔(王立軍) 충칭(重慶)시 부시장이 미 영사관 망명을 시도하면서 정치적 사면초가에 처했던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 서기가 이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이면서 그가 베이징에서 어떤 행보를 펼쳐나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보 서기가가 누구를 만나며,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행사에 참석하는 지를 주시하면 중국 공산당의 세력판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양회를 앞두고 보 서기의 발언에도 약간의 변화가 감지됐다. 홍색 캠페인을 선전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극좌파의 목소리를 높였던 그가 이를 자제하는 대신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입맛에 맞는 ‘과학적 발전관’ ‘개혁개방 견지’ 등과 같은 구호를 제창하고 나섰다.

충칭르바오(重慶日報) 26일 보도에 따르면 보 서기는 지난달 24일 열린 충칭시 공산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3.14 총체부서(總體部署)를 총 강령으로 삼아 개혁개방을 심화시키고 충칭의 과학적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4 총체부서란 지난 2007년 3월 후 주석이 양회 기간 충칭시 대표단과의 회의 중 언급한 것이다. 충칭을 서부 지역의 성장 축으로 발전시켜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샤오캉(小康)사회’를 건설하라는 내용을 담은 충칭 발전 계획이라 할 수 있다.

2007년 3월 당시 보 서기는 충칭시 당서기도 아니고 상무부 부장 직을 역임하고 있었던 때다. 그 동안 3.14총체부서를 공개적인 석상에서 잘 언급하지 않았던 보 서기가 이를 최근에 언급한 것을 두고 세간에서는 태자당인 그가 반대파인 공청단 출신의 후진타오 주석의 노선에 맞추려고 노력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지도부에서도 보 서기를 엄중히 처벌하거나 실각시키기 보다는 사건을 조용히 덮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최근 베이징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왕리쥔의 미 영사관 망명 시도는 그의 정신병 발작으로 인한 사건으로 정리하고 보시라이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의 진입을 제한하되 그가 충칭시에서 이룩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 달 29일 2006~2010년 제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 중국 각 성(省)의 경쟁력을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충칭시가 이 기간에 가장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도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펑전화이(彭眞懷) 중국 베이징대 지방정부연구소 소장은 충칭의 경제적 성공은 부분적으로 보시라이 서기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보시라이 서기의 향후 거취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면서 보시라이가 이끄는 충칭시 대표단은 올 양회에서 가장 뜨거운 언론 취재대상이 됐다.

홍콩 밍바오(明報)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충칭시 대표단은 단독으로 베이징 인민대회당 호텔에서 숙박하기로 결정됐다. 이 호텔은 지금까지 양회 대표들의 숙소로 사용된 적이 없는 곳이어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은 이 호텔 주위에 무장 경찰을 배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삼엄한 경비를 펼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를 통해 충칭시 대표단의 외부 접촉을 사전에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은 이번 양회에는 불참할 것이라고 사전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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