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시 대표단 이례적으로 인민대회당 호텔에 숙박..외부 접촉 차단으로 풀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자신의 오른팔이던 왕리쥔(王立軍) 충칭(重慶)시 부시장이 미 영사관 망명을 시도하면서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처했던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이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그가 베이징에서 어떤 행보를 펼쳐나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보 서기가 누구를 만나며,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행사에 참석하는지를 주시하면 중국 공산당의 세력판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에서도 왕리쥔 사건으로 보 서기를 엄중히 처벌하거나 실각시키기보다는 사건을 조용히 덮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만큼 보시라이 서기가 이번 양회 기간 건재함을 과시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양회를 앞두고 보 서기의 발언에도 약간의 변화가 감지됐다. 홍색 캠페인을 선전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극좌파의 목소리를 높였던 그가 이를 자제하는 대신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입맛에 맞는 ‘과학적 발전관’ ‘개혁개방 견지’ 등과 같은 구호를 제창하고 나섰다.
충칭르바오(重慶日報)의 지난달 26일 보도에 따르면 보 서기는 지난달 24일 열린 충칭 시 공산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3·14 총체부서(總體部署)를 총 강령으로 삼아 개혁개방을 심화시키고 충칭의 과학적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4 총체부서란 지난 2007년 3월 후 주석이 양회 기간 충칭 시 대표단과의 회의 중 언급한 것이다. 충칭을 서부 지역의 성장 축으로 발전시켜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샤오캉(小康)사회’를 건설하라는 내용을 담은 충칭 발전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보 서기가 이를 최근에 언급한 것을 두고 세간에서는 태자당인 그가 반대파인 공청단 출신 후진타오 주석의 노선에 맞추려고 노력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보 서기의 향후 거취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면서 보시라이가 이끄는 충칭시 대표단은 올 양회에서 가장 뜨거운 언론 취재대상이 됐다.
중국 신화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양회가 개최된 지난 3일 허궈창(賀國强)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임위원 겸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3일 보시라이 서기가 이끄는 충칭시 대표단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보 서기는 충칭시 발전 상황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했으며, 허궈창 서기는 “충칭의 새로운 성과와 새로운 변화”를 높이 평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허궈창 서기가 한 지역의 대표단을 접견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 범위 내의 일이다. 하지만 그가 현재 공산당 당원의 기풍과 감찰을 관장하는 최고 책임자로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와 함께 왕리쥔 사건을 조사하는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홍콩 핑궈르바오(萍果日報) 등을 통해 퍼지면서 이날 그의 충칭시 대표단 접견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앞선 2일 오후 충칭시 대표단은 베이징으로 오는 항공기 안에서 케익을 자르며 양회가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기를 기원했다고 중국 치루완바오(劑魯晩報)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충칭시 대표단은 기내에서 케익을 자르고 샴페인을 터트렸지만 작년처럼 홍가(紅歌, 중국의 혁명정신을 고취하는 노래)를 부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홍콩 밍바오(明報)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충칭 시 대표단은 단독으로 베이징 인민대회당 호텔에서 숙박하기로 결정됐다. 이 호텔은 지금까지 양회 대표들의 숙소로 사용된 적이 없는 곳이어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왕리쥔 충칭 시 부시장은 이번 양회에는 불참할 것이라고 사전에 미리 서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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