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車 수리비 내렸는데 보험료는 제자리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외제차 수리비를 낮추고도,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5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를 비롯한 국내 주요 손보사들은 독일계 자동차회사인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와 부품 가격 및 공임(工賃) 인하에 합의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는 가장 앞선 지난해 7월 벤츠의 한국법인인 벤츠코리아가 제시한 부품 가격 인하율 19%에 합의했다. 같은 달 아우디(10%), 9월 BMW(5%)의 부품 가격도 낮췄다.

삼성화재와 외제차 딜러들 간의 합의가 성사되자 다른 대형사들도 속속 부품 가격 협상에 뛰어들었다.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벤츠 부품 가격에 삼성화재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인하폭을 적용키로 했다. LIG손보 역시 올 1월 벤츠와의 협상에 성공했다. 이들 손보사는 현재 BMW, 아우디와 막바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벤츠의 경우 벤츠코리아와의 단일 협상을 통해 부품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지만 BMW(5개)와 아우디(4개)는 복수의 딜러들과 일일이 개별 논의를 거쳐야 하는 협상구조상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삼성화재는 BMW, 아우디 전체 딜러 중 절반가량과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나머지 딜러들과 인하폭을 조율하고 있다.

중소형 손보사들은 딜러들이 가입 보험사를 좌지우지하는 외제차 판매 관행 때문에 부품 가격에 인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외제차 판매 시 딜러들이 보험사를 알선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 그래도 외제차 가입 물량이 적은 중소형사들이 공격적인 부품 가격 협상에 나설 경우 딜러들의 눈 밖에 나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부품 가격 인하로 줄어 든 수리비 부담을 보험료에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수리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외제차에 많은 보험료를 부과해 온 손보사들은 부품 가격과 공임이 내려간 이후에도 같은 보험료를 물리고 있다.

오히려 부품 가격 인하에 따라 손해율 상승 요인이 상쇄돼 보험료 추가 인상을 막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오는 4월 신규 가입자부터 일괄 적용키로 한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에 이미 부품 가격 인하분 일부가 포함돼 있다”며 “부품 가격 인하 효과를 가늠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 손해율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보사들의 주장과 달리 4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는 외제차 부품 가격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대 인하할 계획이지만 손해율이 높은 편에 속하는 외제차와 대형차의 보험료 인하율은 국산 경차나 소형차에 비해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각종 인하 요인을 감안한 조치라기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무릎을 꿇은 형태로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11회계연도(FY2011) 손해율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맞서던 손보사들은 지난달 자동차보험료 자율 인하를 권고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한마디에 꼬리를 내린 바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금융당국의 으름장에 굴복해 발생한 자동차보험 적자를 외제차 운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비싼 보험료의 근거로 내세웠던 부품 가격이 내려간 만큼 보험료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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