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강자였던 유럽이 재정위기 등으로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프로젝트별로 한·중·일 3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은 데다 중국과 일본의 자금력이 한국보다 월등해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해외 프로젝트 수주 위해 뭉친다
해외 프로젝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 7260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위축됐다가 2010년 8240억 달러, 지난해 8810억 달러로 다시 확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 등에 따르면 오는 2015년에는 1조1100억 달러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넘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민주화 혁명 이후 사회간접자본(SOC) 재건에 나서면서 수주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동안 해외 프로젝트 시장의 ‘큰 손’은 유럽이었으나 지난 수년간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신규 사업 참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조 체제를 구축하며 약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협력관계 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해외 프로젝트 중 5억 달러 이상의 사업이 전체 수주량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프로젝트 대형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소수의 금융기관이 사업비 전체를 책임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자금력을 갖춘 중국과 일본 금융기관이 금융지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교통은행과 건설은행은 최근 국내 한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 건조 프로젝트에 투자자로 참여키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대규모 발전·정유사업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수주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이 해외 수주에 나설 경우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월 공상·건설·농업·교통·중국은행 등 중국계 상위 5개 은행과 정례협의체를 구성했다.
또 이미 업무협약을 체결했던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 미쓰비시도쿄은행(BTMU), 미즈호은행(MIZUHO) 등 일본계 대형 은행 3곳과도 추가적으로 정례협의체를 발족했다.
수은 관계자는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필요한 금융주선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동성이 풍부한 중국 및 일본 금융기관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 사업별 ‘합종연횡’ 심화… 자금유치 다변화 필요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공조 체제를 구축했지만 한·중·일 3국은 해외 프로젝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급격히 늘리면서 기술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의 견제와 인도, 터키 등 후발 개발도상국의 추격까지 더해져 해외 프로젝트 시장은 ‘합종연횡’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주요 발주국에서 국내 기업이 싹쓸이 수주를 하면서 일감을 뺏긴 유럽과 일본 경쟁 업체들이 중국, 인도의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원가절감에 나서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며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력체제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국내 금융권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중국 및 일본계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향후 국내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출입은행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중국 공상은행의 자산 규모는 지난 2010년 기준 2조320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
건설은행과 중국은행, 농업은행도 각각 세계 8위, 9위,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1위인 우리금융지주는 2570억 달러로 세계 72위에 불과하다. 공상은행과는 무려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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