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공매도 대기 물량에 해당하는 대차잔고가 2월 한 달에만 6조원 이상 늘어났다. 대차잔고 증가분이 향후 외국인 주도의 공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2030선까지 오른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차잔고 수량은 6만5916주로 지난 1월말(5만6777주) 대비 16.10% 이상 증가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26조2081억원에서 32조2702억원으로 한 달 만에 6조원 이상 증가해 23.13%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 시가총액에서 대차잔고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75%로 2월 초 2.23% 대비 0.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대차거래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보통 1년 이내에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매입하여 갚는 거래를 말한다. 여기서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회사에서 주식을 빌려간 수량을 집계한 것이다. 대차거래의 참여자별 내역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8% 이상이다. 그만큼 외국인을 통해 많은 대차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대부분 공매도를 위한 준비 물량으로 해석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한 달간 대차잔고 증가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동양생명으로 지난 1월말 대비 22750.00% 증가했다. 이어 대한제강(661.54%)·우진세렉스(500.00%)·동부제철(333.33%)·현대산업(312.77%) 등이 뒤를 이었다.두산(188.89%)과 엔씨소프트(167.88%), 현대위아(166.67%), 삼성테크윈(107.06%), 한전기술(86.04%) 등도 대차잔고 증가율이 높은 종목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남양유업·두산엔진·지역난방공사 등은 최근 주가 조정을 받고 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말 이후 증가한 대차잔고의 경우 신규 하락에 대한 베팅 성격이 강하다"며 "최근 국내증시의 상승이 강했다는 점과 대차잔고거래의 약 80%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외국인이 국내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가 상승하면서 대차잔고가 증가했던 종목들은 이후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들 종목은 주가가 조정받을 때 공매도로 인한 단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드시 '대차잔고=공매도'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도 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이나 헤지를 위한 목적으로 대차잔고가 늘기도 한다"며 "증시 상승기에 대차잔고 증가가 반드시 공매도를 전제로 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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