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능(대입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된 데다 인기 학군인 강남권 등의 전셋값이 지난해 너무 올라 수요자들이 진입을 포기하고 살던 집을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매년 이맘 때면 서울의 대표적 학군 인기지역인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을 중심으로 극심한 전세난이 빚어졌지만 올해는 전세 수요자들의 발길이 한산한 편이다. 전세 문의도 많지 않고 가격도 약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3억3000만원 선에 전세가격이 형성돼 있다. 지난해 여름 전셋값이 최고 5억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반여년만에 2억원 가량 빠진 것이다. 대치동 M공인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학군 수요 이동이 잦았을 텐데 올해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전세 물건은 쌓이는데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시세도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목동도 마찬가지다. 목동 청구한신 전용 84㎡ 전셋값은 3억원 선으로 지난해 말보다 1000만~2000만원 내렸다. 지난해 여름(3억8000만원대)과 비교하면 8000만원 넘게 빠졌다. 인근 H공인 한 직원은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춰 내놓아도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사철 학군 프리미엄도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강북의 대치동'으로 통하는 중계동도 아파트 전세시장이 조용한 편이다. 중계동 한 공인중개사는 "이맘 때면 전세 구하려는 학부모들로 사무실이 붐볐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썰렁하다"며 "올 들어 모든 평형대에서 전셋값이 1000만~2000만원씩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 주요 학군지역의 전셋값 약세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민은행 시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강남·노원·양천구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1.6%, 0.3%, 0.6% 떨어졌다. 전년 같은 기간 이들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4.4~5.5% 올랐다.
전문가들은 인기 학군지역 전세시장 안정 이유로 쉬운 수능과 지난해의 전셋값 급등 현상을 손꼽는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지난해 수능 시험이 쉽게 출제되면서 변별력이 약해져 굳이 명문 학군지역으로 이사가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인기학군 지역 매력도 떨어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셋값이 크게 올라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전셋값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경기도 좋지 않다보니 주거비와 학원비을 아낄 요량으로 웬만하면 살던 집을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전셋값 상승 반전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와 집값 하락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 등 전세시장 불안 요소가 널려 있다"며 "전세시장이 언제든 상승 기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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