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리용호 부상은 미국 시라큐스대학교 행정대학원인 맥스웰스쿨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7∼9일(현지시간) 공동주최하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 참석차 6일 뉴욕에 도착했다.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번 행사에 참석 8일 오전 연설자로 나서 북핵 문제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가 정부 당국자는 물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1.5 트랙(반관반민) 성격인만큼 공식 회담과 같은 내용있는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지만 최근 북미 관계의 시의성을 감안할때 이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미나에는 북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 참석뿐 아니라 1ㆍ2차 남북 비핵화 회담 때 차석대표를 맡은 조현동 북핵외교기획단장,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이 참석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이 ‘김정일 유훈’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고, 미국도 리용호 부상의 비자발급을 승인하는 등 북·미 양국이 북미 협상의 흐름을 이어가려는 모양세다.
우리정부도 리 부상의 뉴욕 체류 기간을 적극 활용, 남북간 접촉을 성사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7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접촉에 대해 "미리 얘기가 오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뉴욕에서 한번 만나지 않겠느냐"며 접촉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가에서는 남북이 별도 회동은 하지 못하더라도 세미나장과 호텔 등에서 다양하게 접촉해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세미나 참석자는 모두 맨해튼 유엔본부 앞의 밀레니엄 플라자 호텔에 투숙하는 등 남북 참가단의 숙소도 같은 곳이다.
정부도 이런 접촉에 대비해 별도의 메시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고위당국자는 “남북이 접촉하게 되면 남북대화를 촉구하고 비핵화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상황이 잘 조율되면 뉴욕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연쇄접촉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는 곧 비핵화 조치와 대북 식량(영양) 지원을 고리로 한 현재의 협상틀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는 13일까지 뉴욕에 체류하는 리 부상의 행보는 지난해 7월 뉴욕을 찾았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움직임과 비견된다. 당시 김계관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과 북한이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 결국 지난주 ‘베이징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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