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중수 한은 총재 "가계부채, 미시정책으로 해결해야"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여전히 높다"며 이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총재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금융기관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며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같은 거시정책보다도 과다 채무자 처리 방안 등 소득별 미시정책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통위의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다음은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

- 유가가 경제성장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데,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는가.
▲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긴 어렵고 둘 다 중요하다. 물가를 책임지는 중앙은행으로서는 물가에 대한 영향에 매우 관심을 갖고 볼 수밖에 없다. 유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동시에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의 모델에 의하면 현재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물가가 현재보다 0.5%, 성장률은 0.5% 정도 떨어질 것이다.

-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은데.
▲ 전체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체감 생활물가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전체 인플레이션 결정률의 40% 정도를 기대심리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심리는 오랫동안 4.0%로 머물러 있는데 시장 전문가들은 3.4%로 낮다. 이는 국민들은 과거의 경험을 기억삼아 기대를 형성하고, 전문가들은 미래 예측에 따라 기대를 형성하기 때문. 기대심리를 낮추는 방법은 경제주체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유통구조 개혁 등을 통해 생활품목 가격을 관리하는 것이다.

- 브라질 등 다른 나라는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 경제라는 것은 수준 자체도 중요하고 변화에 따른 자본의 흐름도 중요하다. 브라질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그런 것을 고려해 취한 것으로 본다.

- 원화 환율이 달러화, 엔화보다 많이 절상됐는데 현 수준을 평가한다면.
▲ 우리는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이자율 격차와 환율의 관계는 같이 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달러와 원화의 변동폭이 가장 중요하나 더불어 우리와 같이 무역을 하는 중국의 원화나 일본 엔화 변화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한은에서 할 수 있는 관리 방안은.
▲ 가계부채는 두 가지 문제로 봐야 한다. 이로 인한 위기를 어떻게 막느냐, 또 부채가 많기 때문에 일상적인 경제운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등과 비교해봤을 때 적어도 우리는 금융기관이 부실채권 때문에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자기 소득의 40%가 넘는 채무가 있는 사람을 과다채무자라 하는데 이 수치가 2010년 8% 미만에서 작년 10%까지 올라왔다. 이러한 과다채무자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우선 결정해야지, 금리라는 큰 수단을 여기에 쓸 것이냐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소득별 미시적인 정책이 먼저 앞서고 거시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 금통위 결정이 시장의 기대와 괴리가 있는데.
▲ 금통위는 매달 의사결정 하되, 시기라는 것은 한 나라 운영의 장기적 시계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다. 1조 달러가 넘는 무역금융을 가진 나라로서는 내수 상황만 갖고 금리를 판단할 수 없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뱅크가 금리방향을 미리 공개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연구능력이 매우 향상돼야 한다.

- 국내 증시가 경기 반영을 못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외국계 자금 흐름 어떻게 보는지.
▲ 2010년 국내 환율 변동성이 0.6%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았고 유로가 그 다음이었다. 이 때문에 거시건전성 규제 수단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쓰게 됐다. 작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연말까지 80억불 이상이 흘러나갔다. 하지만 올해 1, 2월에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왔다. 그러나 상당부분이 단기성 자금으로 보인다. 매우 관심을 갖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황인 만큼 우리경제를 어떻게 건전하게 만드느냐에 신경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 지금은 일일 변동이 0.3%정도로 굉장히 안정돼있다. 과거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 금리 정상화 의지가 여전히 분명한가.
▲ 통화정책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경제 성장세가 더 둔화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국내경제가 최악은 지났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1분기에 성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미리 사전에 말씀하는 것이다. 당초 성장률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유가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 현재로 봐선 이 수준에서 머문다면 당초 예상치를 넘는 수준은 아니다. 노력해서 하향안정적으로 가도록 할 것이다.

- 5월이면 금통위원 과반수가 새로 바뀌는데 연속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 새 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예단할 수 없는데 자질을 갖춘 사람들일 것이므로 걱정은 없다. 한은이라는 큰 조직이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본적 없다.

국제경제가 성장을 못하면 우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신흥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4~5년간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며 전 세계 성장의 50%를 담당한 곳이 신흥 아시아 국가들이다. 이에 맞춰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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