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돌파하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유류세 인하 방안 검토 등 각종 대책마련에 착수하게 된다.
아직까지 정부는 “당분간 유류세 인하 계획은 없다”며 태연한 척 하지만, 국제유가는 지난 7일 기준 벌써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고, 중동정세 불안 등에 힘입어 앞으로도 더 가파르게 상승할 태세다. 중동정세에 따라 국제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부가 생색을 낼 수 있는 지원책은 내 놔야만 고유가에 따른 국민들의 원성이 잦아들 수 있는 상황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일단 일괄적인 유류세율 인하보다는 생계형 유류소비가 많은 서민계층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유류세의 일괄 인하의 경우 세수가 축나는 만큼의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휘발유 등을 많이 소비하는 부유층에계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근거를 들면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외에 당장 꺼낼 수 있는 선별적인 지원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에 한차례 실시했던 유가환급금 지급이나 생계형 자동차 사용자에 대한 유류비 지원 등이 겨우 선행사레로 꼽힌다. 농어민의 경우 이미 세법에 따라 면세유를 사용하고 있고, 영업용화물차들은 유가보조금을 별도로 지급받고 있다.
특히 유가환급금은 다시 꺼내들기가 쉽지 않은 카드다.
유가환급금은 2008년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각각 연소득(총급여, 종합소득) 3600만원, 2400만원 이하일 경우 최대 25만원까지 일괄 지급한 유래 없는 ‘현금복지’였다. 자동차를 타건 대중교통을 이용하건 상관없이 단순하게 일률적으로 자금을 풀면서 2008년 한해에만 2조7000억원의 세금이 소진됐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의 유가환급금 지급법안에 대해 “유가상승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자와 유가환급금 수혜자가 불 일치한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2008년 화물차이용자들에게 지급됐던 유가인상보조금도 정부가 현재 고려할 수 있는 선별적 지원방안 중 하나지만, 이 또한 쉽게 선택할 방안이 되지 못한다.
당시 정부는 경유값이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서자 1800원에서 100원단위로 인상될 때마다 인상분의 50%를 환급해주는 유가인상보조금을 지급했다. 1900원까지 오르면 50원, 2000원까지 오르면 100원을 돌려받는 구조다.
그러나 당시에는 1900원대에서 경유값이 다시 안정세를 찾았지만, 지금처럼 계속해서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무한정 환급해줘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유가환급금이나 유가인상보조금의 방식을 선택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재정문제다.
2008년 유가환급금, 유류세 환급 등으로 총 3조7500억원이 일시에 지급됐고, 정부는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8년과 같은 유가환급금제도는 시행할 재정여건이 안된다”며 “선별적 지원을 할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다각도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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