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강제퇴직자 100만명 넘어…대안은 없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3-08 18: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경기악화로 구조조정·폐업·도산 속출 원인<br/>해고요건 강화·고용유지조치 활용 목소리도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회사에서는 재작년에 49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납득할 수 없습니다. 임원들이 연봉잔치를 할 때 잘려나간 근로자만 저를 포함해 75명입니다. 이 못난 아빠만을 보고 있는 우리 두 딸래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섭니다.”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인 구미 KEC에서 지난해 해고 당한 김모씨(43)는 연거푸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쉬었다. 사측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이유로 해고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비단, 김씨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난 근로자가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상실한 근로자 중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경우가 전체의 39.6%인 13만5000명에 달한다.

이 중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뜻하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으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는 10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30% 정도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폐업, 도산, 공사중단’ 등 다니던 회사가 아예 사라지면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상실한 근로자 역시 전년 대비 5.6% 증가한 21만6000명에 달했다. 또 ‘기타 회사사정에 의한 비자발적 퇴직’은 2.3% 늘어난 7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숫자는 총 104만6000명에 이른다. 계속 일을 하고 싶어도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가 100만명을 넘은 것이다.

반면 비자발적 상실자 중에서도 ‘질병이나 부상, 노령’ 등으로 인한 사람은 8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고, 계약기간 만료 및 공사종료 등에 따른 이는 93만3000명으로 6.6% 감소했다.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경기가 살아나지 못한 가운데 특히 건설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폐업·도산업체가 대거 양산됐기 때문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45개 업체가 부도를 맞았고, 2467개 업체는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1025개 업체는 등록이 말소되는 등 총 3637개 전문건설업체가 1년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협회 기업평가부 관계자는 “2010년부터 비자발적 퇴직자 수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그만큼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제도가 기업 경쟁력만 강조하다보니 쌍용차와 한진중공업과 같은 부당한 정리해고사태가 빚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 24조 1항에 명시된‘경영상의 위기에 따른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야 하고 ‘고용유지조치’를 활용토록 유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등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인책은 없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24조 1항을 보완할 수 있는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 정책국장의 진단이다. 이어 그는 “경영상의 위기를 사측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다보니 힘 없는 근로자만 강제퇴직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