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중국의 산업스파이 조직에 대한 수사를 대폭 강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수사당국은 그동안 중국 등이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산업기밀을 빼내 자국 등에 전달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의심해왔으나 최근에는 이를 샅샅이 추적해 관련자와 해외 기업을 기소하는 등 엄중히 대응하는 추세다.
FBI 요원들은 지난해 7월 산업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리우씨 부부의 캘리포니아주 오린다 지역 자택을 수색했다.
집을 뒤지던 수사관들은 은행 안전금고의 열쇠를 발견하고 안주인 크리스티나에게 해당 은행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때 남편 월터씨가 중국어로 부인에게 모른다고 말하도록 지시해 당장은 별 문제 없이 지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중국어를 알아들은 한 수사관은 이후 잠복해 있다가 크리스티나가 차를 몰고 외출하자 그녀를 미행했다.
크리스티나는 요원이 따라붙은 줄 모르고 오클랜드은행의 안전금고를 찾아 내용물을 없애려다가 수시관에게 붙잡혔다.
금고 안의 내용물은 미국의 종합화학기업 듀폰의 기업비밀을 빼내기 위해 스파이들이 10년 가량 계획을 세운 기록들이 대거 들어있었다. 산업스파이들은 빼낸 정보를 중국의 국영기업에 팔아넘기려고 준비중이었다.
결국 미 법무부는 지난달 리우씨 사건과 관련해 중국의 국영 기업 반강그룹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형사기소했다. 미국이 해외 국영기업을 스파이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리우씨는 무역기밀을 빼내 중국 기업에 팔 것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중국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듀폰사의 기밀은 50년이나 된 화학 관련 기술로 첨단 기술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듀폰사 입장에서는 수십년간 기밀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아왔다.
FBI의 대적정보분야 담당 프랭크 피글리치는 "냉전시대가 끝난 뒤 경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적이든, 우방이든 관계없이 미국의 정보를 빼내려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듀폰사를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수사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빼가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어 요즘 특히 기업 정보 누출과 관련한 수사를 배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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