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 환매 사태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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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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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만기 입회금 2조 5000억…내년 더욱 늘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몇 년전 제주 A골프장 회원은 골프장측에 입회금 반환을 요구했다. 입회한 지 5년이 지난 상황에서 회원권시세가 입회금보다 낮았기 때문이었다. 골프장측은 처음엔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회원이 “법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자 꽁무니를 내렸다. 그러고는 “당신만 반환해줄 터이니 소문내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국내 회원제골프장들에 입회금 반환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회원권 시세가 최근 5년새 반토막이 돼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요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90∼2000년대 일본 골프장업계의 ‘부도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회원제골프장은 초기에 회원권을 분양해 그 돈으로 골프장을 건설하고 운영한다. 회원들은 입회금을 내고 회원자격을 얻어 골프장을 이용하는 것. 입회금은 대부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회원들이 원하면 돌려주어야 한다. 급전이 필요하거나 회원권 시세가 급락할 경우 골프장측에 입회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일종의 장기부채성 예탁금이다. 그러나 많은 골프장들은 입회금을 돌려줄 정도로 여유가 없다. 세금을 내거나 건설비·운영비 등으로 다 써버렸기 때문. 손님을 많이 받아 그 수익금으로 내주어야 하지만, 최근 골프장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내장객 증가세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2007년 회원을 모집해 올해 입회금 반환신청 시기가 도래한 골프장은 41개, 규모는 총 2조5099억원이다. 골프장당 612억원 꼴이다. 내년엔 더 늘어나 3조1761억원이다. 지금은 반환요청이 많지 않지만, 회원들이 작심하고 동시에 입회금 반환요청을 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포천의 가산노블리제CC는 한 사례다. 이 골프장은 지을 당시부터 빚으로 시작했다. 은행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받고, 이를 위해 다른 기업에서 채무지급보증을 얻어 공사를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분양 초기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어 회원권 분양이 잘 안됐다. 2010년 4월 무리하게 개장은 했으나 세금을 낼 돈이 없었다. 최근에는 직원들 인건비와 전기·수도료조차 제대로 내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 골프장측에서는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려고 했으나 포천시에서는 체육시설 등록연장을 해주지 않고 세금(약 252억원) 환수를 위해 이 골프장을 공매의뢰해버렸다. 이 골프장은 지난 1월31일 동계휴장을 끝내고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의 7개 골프장도 이 곳처럼 지방세를 체납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그밖에도 제주도의 B C, 포천의 D. 여주의 E, 용인의 F 등 약 40개 골프장은 주인이 바뀌었거나 매물로 나와있다. 골프장은 늘어나고, 골프인구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상황인데다, 회원권 값은 떨어지고 있어 이같은 사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골프장(2011년말 현재 439개)이 ‘공급자 시장’이라는 것은 옛말이 돼버렸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금 폭탄’에다 ‘예탁금 환매 대란’이 예상되면서 존립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도 카트비는 약 8만원이고, 캐디(8만∼10만원)는 꼭 써야하는 것이 우리 골프장의 구조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매출 부진, 입회금 반환 요청이 몰리면 우리나라도 10∼20년전 일본처럼 골프장들이 줄줄이 넘어지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며 "콘도처럼 골프 회원권도 계좌당 5000만원대로 낮춰 이용가치 수단으로 삼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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