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둘은 이 둘은 평소 이름을 부를 정도로 각별한 우정을 자랑하지만 유럽재정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에서는 이견을 드러내내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또 그 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해야 하는지를 두고 극명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IMF 총재 취임 이전에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라가르드는 유럽 국가들이 최소한 비상펀드 1조 달러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IMF가 회원국으로부터 자금을 추가 조달하는 것보다 선행되야 할 점은 유럽 국가들이 역내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더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주장한다. 라가르드의 주장대로 위기에 대비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유럽 최대경제국인 독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웃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독일 여론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절친이자 동료인 두 사람은 이렇게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견해차를 초월하는 우정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두 사람은 문자메시지를 교환하며 선물도 주고 받는 사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후 라가르드가 메르켈에게 에르메스 브랜드의 장신구를 선물하자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 메르켈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음반을 선물하며 보답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모임이나 포럼 등에서 우리만 여자일 때가 무척 많다”면서 “우리는 서로를 인정하며 동질감과 연대감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세계관도 다르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 나라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동성을 공급해 성장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총재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자금난을 겪는 나라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주면 재정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돈을 쉽게 빌려주면 유럽 국가들이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에 빠져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재정건정화를 위해 긴축정책을 펴야하는 나라들이 긴축재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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