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Y방정식> 몽상가 정치인의 무상시리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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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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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만 내라, 거덜난 의료비는 다시 채우면 된다

(아주경제 이상준 기자) # 2022년 9월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대형병원 안은 무상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10년 전 시행된 무상의료정책으로 전 국민이 10%의 의료비만 내면 무제한으로 병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가벼운 감기 증세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병원은 늘 북새통을 이룬다. 병원 1층 로비 중앙의 TV에서는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2011년 적자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섰다. 의료관광이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는 등의 의료 관련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고, 일간지에서도 ‘10년 전 ㅇㅇ당에서 얘기한 8조원의 예산으로는 의료서비스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증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이야기는 민주당이 주장한 무상의료정책이 시행될 경우 10년 후(2022년)의 모습을 현 유럽 국가들의 상황과 정부기관의 연구자료를 토대로 만들어 낸 것이다. 민주당이 현 유럽 국가들의 복지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까닭에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무상의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1인당 월평균 보험료를 1만1000원씩만 추가로 부담하고 정부 보조금을 2조7000억원 늘리면 의료보장률을 현재의 62%에서 9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병에 걸려도 치료비의 10%만 내면 자유롭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연간 1000만원을 초과하는 치료비는 정부에서 모두 대신 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의료천국이 되는 셈인데 과연 이 돈으로 가능할까?

민주당의 주장대로 2015년까지 모든 국민이 의료비의 10%만 내고 자유롭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2009년 48조4000억원이었던 총 의료비가 2015년에는 120조9000억원으로 늘어나야 한다. 즉, 국민이 내는 보험료가 2.5배 인산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3만700원(2010년 10월 기준)이었던 국민 1인당 월평균 보험료를 2015년에는 9만5300원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

액수가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의료쇼핑 때문이다. 거의 무상으로 치료를 하다 보면 조금만 아파도 쇼핑을 하듯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CT나 MRI 등 고가의 검사를 받아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려는 사람들도 늘게 된다.

실제로 2010년 말 서울시가 기초생활수습자와 차상위계층에 지급하는 의료지원금은 의료쇼핑 증가 등으로 두달 동안 바닥이 나기도 했다. 부산ㆍ대구ㆍ인천ㆍ광주ㆍ대전ㆍ전북ㆍ경남 등에서도 일시적으로 의료지원금이 지급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보장률이 점차 올라가는 것에 맞춰 기업이 추가부담금 3조6000억원을 더 마련하면 재정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의 추가부담금은 최소 6조2000억원(2009년 기업 부담 건강보험료 10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조차도 의료비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되고 의료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계산한 것이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주장에 건강보험공단도 꽤나 골치가 아프다. 무상의료를 하지 않아도 이대로 가면 10년 후에는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지금의 10배이상 불어나 심각한 재정적자에 허덕일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1조3000억원이었던 건강보험의 적자규모가 2020년에는 16조원으로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급격한 노령화로 노령인구의 의료비가 급증할 것을 감안하면 2013년을 기점으로 적자규모는 매년 1조5000억원씩 늘어나 2018년에 최초로 10조원대를 돌파한 후 2020년에는 16조원, 2025년에는 30조원, 2030년에는 48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정도면 당연히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

2030년에는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소득의 10%를 넘어설 것이고, 2050년에는 소득의 38.2%를 건강보험료로 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무상의료가 시행될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거대한 시한폭탄을 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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