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시라이에 명예로운 퇴로는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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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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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중국 공산당은 15일 보시라이(薄熙來)를 충칭(重慶)시 서기직에서 전격적으로 해임시켰지만 명예로운 퇴로는 열어놓았다. 왕리쥔(王立軍) 사건이 불거진 이후 사건처리를 두고 공산당 지도부가 벌인 1개월여의 고심끝에 나온 정치적인 타협물로 분석된다.

왕리쥔 전 충칭시 부시장이 청두(成都)에 위치한 미국영사관을 찾아가 망명을 신청한 사건이 불거진 이후 보시라이의 정치적 거취 문제는 글로벌 핫이슈로 떠올랐다. 왕리쥔은 미국영사관을 찾아가기 직전 미국에 서버를 둔 반체제웹사이트인 보쉰닷컴에 이메일을 보내 "보시라이가 대규모 외화를 밀반출시켰으며 그 가족들은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고 폭로했다. 사건 초기 중국 외교부는 "왕리쥔 사건은 개별사건"이라고 선을 그었었다. 이 사건은 왕리쥔 개인에 대한 문제일 뿐이며 보시라이와는 관계가 없다는 일종의 선긋기였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왕리쥔 사건은 잠잠해 지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의혹이 증폭됐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중국의 정치인들이 쉽사리 해명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보시라이의 반대파 정치인들은 의혹증폭을 방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공청단파가 태자당의 대표주자인 보시라이를 치기 위해 심복인 왕리쥔에 대한 비리혐의를 조사했다"는 정치적인 해석이 외신을 통해 빗발쳤다.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왕리쥔 문제를 매듭 지어야 했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왕리쥔 사건으로 인한 보시라이의 책임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왕리쥔이 공론화한 보시라이 가족의 축재와 불법해외자산유출이며 두번째는 미국망명을 시도한 왕리쥔에 대한 상급자로서의 관리책임이었다. 중공 중앙은 첫번째 책임은 묻어두고 두번째 책임만을 묻는 식으로 교통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입장정리 하에서 중공 중앙은 보시라이의 충칭시 서기직만 박탈했다. 보시라이는 여전히 공산당원이며 국가수반의 의전을 받는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위원의 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비리혐의가 포착된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직위를 박탈하는 동시에 공산당원에서도 제명시킨다. 중공 중앙이 보시라이의 정치국위원직을 유지하게 한 것은 보시라이의 비리혐의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중공 중앙은 보시라이의 후임 충칭시 서기로 장더장(張德江) 부총리를 보내는 식으로 배려를 했다. 장더장은 상하이방의 핵심인물이며 상하이방은 태자당과 연합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태자당인 보시라이로서는 자파정치인을 후임자로 맞으며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다. 만약 반대파인 공청단파의 인물이 충칭시 서기로 임명됐다면 충칭에서의 보시라이의 정치노선을 모두 뒤엎어지고, 결국 그의 업적은 물거품이 됐을 수 있다.

이처럼 중공중앙이 보시라이의 퇴로를 열어준 것은 각 정치세력간의 협상의 산물인 것으로 보인다. 보시라이는 차기 지도부에서 태자당인 시진핑(習近平)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또한 태자당으로서는 강한 세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민의 지지가 높은 보시라이의 활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시라이가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태자당의 정치적 정당성과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태자당-상하이방 연합세력이 물밑에서 보시라이의 추락을 어느 정도 선에서 막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보시라이는 중국 공산당 서열 25위 안에 드는 인물이다. 그의 추락은 중국 공산당 전체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점은 공청단파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때문에 중국 최대 정치계파인 공청단파와 태자당-상하이방 연합세력은 보시라이를 실각시키되 그의 명예는 보장해주는 선에서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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