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러 옛 식민지로…" 포르투갈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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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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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1990년대 말 세실리아 마르케스 포르투갈 치과의사는 아프라카의 모잠비크에 치과대학에 취업해달라는 제안을 "미쳤다"라며 거절했다. 당시 모잠비크는 장기적인 내전으로 인해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상황이 역전했다. 포르투갈 치과의사들이 모잠비크로 일자리를 찾으러 이주하고 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경제 불황에 시달린 포르투갈인들이 식민지였던 모잠비크로 이동하는 수가 두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포르투갈이 모잠비크로 이주하는 주된 이유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고 잠재적인 경제성장률이 높기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로 인해 포르투갈은 실업률이 급증한 반면 모잠비크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7.5%로 전망되고 있다. 모잠비크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풍부해 세계경제 둔화에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포르투갈의 성장률은 초라하다. 지난해 2007년을 제외하고 2004년부터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성장률은 -2% 였으며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가 포르투갈이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FT는 고급인력이 국외로 유출되는 두뇌 유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잠비크로 이동하는 포르투갈인 가운데 치과의사·변호사·엔지니어·예술가 등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는 과거 아프리카 지역의 인재들이 기회를 찾아 선진국으로 이주하던 것과 상반된 현상이다.

모잠비크의 수도인 마푸투에 사는 포르투갈인 2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곤칼베스 페레이라 포르투갈 컨설팅전문가는 “지난 2년간 모잠비크에 정착하기 위해 상담하러 온 포르투갈인의 수가 10%가량 증가, 지난해에는 1000명이 넘어섰다”며 “특히 항구도시인 베이라와 석탄이 많은 테테 등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기업들도 모잠비크의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수몰 콤팔(Sumol Compal) 포르투갈 음료회사는 국내 시장은 물론 남아프리카로 수출하기 위해 마푸토에 제조업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종이펄프회사인 포르투셀(Portucel)은 모잠비크의 조림지 개발을 위해 36만헥타르의 토지를 이용 권한을 가지고 있다. 많은 건설·IT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모잠비크 내에서 대거 유입되는 외국인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모잠비크의 한 은행가는 "이주한 대부분의 포르투갈 인들은 돈을 많이 갖고 오지 않고 일자리만 뺏고 있다"며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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