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아프간 현지언론 보도를 보면 아프간 국회 차원에서 구성된 진상규명 조사팀은 칸다하르 지방에서 미군이 민간인 16명을 학살한 사건에는 미군이 최대 20명 가량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팀은 성명에서 칸다하르 지방에서 이틀간 조사를 벌인 결과 이번 사건에 미군 15~20명이 가담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희생자 유가족과 부족 원로,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조사팀의 일원인 변호사 하미드자이 라리는 “그날 사건은 두 곳에서 동시에 벌어졌으며 총격은 한 시간 가량 지속됐다”고 말했다. 라리는 “미군 기지와 사건이 발생한 마을 사이의 거리는 500미터 이상”이라면서 “단독으로 한 시간내에 16명을 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 희생자 2명의 시신에서 살해당하기 전 성폭행을 당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부언했다. 라리는 정부와 유엔(UN), 국제사회에 미군 용의자를 반드시 아프간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아프간에선 미군 용의자가 아프간에서 처벌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미국 측은 아프간의 주장을 부인했다. 미군은 아프간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 베일즈 하사를 이미 귀국시켰다. 미국 군사법 전문가들은 베일즈 하사가 1주일내 기소돼 미국에서 재판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일즈 하사는 지난 11일 아프간 칸다하르주 판즈와이 지구의 미군 기지를 무단이탈해 어린이 9명과 여자 3명, 남자 4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사는 현재 캔자스주 포트 리번워스 기지의 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한편 베일즈 하사는 최근 10년간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터에 4차례나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즈는 전쟁에 대한 극도의 긴장과 부담감이 비극을 불러 왔다고 지적했다. 하사와 가족들은 지난해 베일즈가 아프간으로 다시 파병될 때 상당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사의 심각한 재정난도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베일즈 하사가 범행을 저지르기 3일 전 그의 가족은 미국의 자택을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하사의 부인은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두 자녀를 양육하는 데 애를 먹었고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팔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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