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선거 ‘코앞’…흑색비방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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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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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헨리탕, 각종 흑색선전 비방으로 구설수…차기 행정장관에서 점점 멀어지나

홍콩 행정장관 후보인 헨리탕(左), 렁춘잉 후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일(25일)이 코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후보자 간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유력한 행정장관 후보로 지목돼 온 헨리탕(唐英年)은 최근 부패 및 불륜 스캔들에 연루돼 여론조사 지지율이 형편없이 떨어지자 정부 기밀 유지 원칙을 깨뜨리면서까지 경쟁 후보인 렁춘잉(梁振英)에 대한 각종 기밀을 누설했다.

홍콩 밍바오(明報)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탕 후보는 지난 2003년 홍콩에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홍콩 정부 고위층 회의에서 렁 후보가 “무장경찰과 최루탄을 동원해 시위에 강경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렁 후보가 회의 당시 행정수단을 악용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홍콩 정부 고위층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보통 정부 기밀에 포함된다. 그런데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탕 후보가 정부 기밀유지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무리수를 시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렁 후보는 즉각 “탕 후보는 증거를 제출하라”며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 탕 후보의 거짓 유포행위를 고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지난 19일 열린 행정장관 선거 후보자 대담회에서 탕 후보는 “렁 후보가 나를 허위사실 유포자로 언급한 것을 염정공서(廉政公署·홍콩 부패척결 기구)에 고소했으며, 변호사를 통해 렁 후보에게 이미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렁 후보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맞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탕 후보가 행정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공개적을 발설한 것에 대해 중국 당국도 매우 언짢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징지르바오(經濟日報)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측은 탕 후보의 정부 기밀 공개에 대해 이는 홍콩 정부의 중요한 기밀 유지 원칙을 깨뜨려 홍콩 정치제도를 파괴하는 행위이며, 다퉈도 군자처럼 예의와 품위를 지키고 정도를 가라는 ‘군자지쟁(君子之爭)’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탕 후보는 그 동안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지지해 온 차기 행정장관의 후보로 알려져 왔다.

홍콩의 행정장관은 사회 각계각층 대표 1200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선출된다. 이들 선거위원회 가운데에는 중국과 경제적 교류를 하는 기업인 등 친(親) 중국계 인사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홍콩 행정장관에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중국 정부는 탕 후보에 대한 홍콩 내 악화된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콩이 오는 2017년 직접선거제를 실시하기로 한 만큼 홍콩 주민이 원하지 않는 후보자가 행정장관으로 선출될 경우 향후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징지르바오는 홍콩 내 친중국 매체에서는 그 동안 탕 후보와 렁 후보에 대해 균등하게 지면을 할애해 공정하게 보도를 해왔으나 최근 들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는 지난 18일 헤드라인으로 ‘위정자는 기본적인 정치적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탕 후보의 흑색선전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각종 이유로 중국 정부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특정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의사를 표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7년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도널드 창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중국은 매번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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