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아버지(김정일) 조차도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도쿄신문의 북한 전문기자 고미 요지씨는 21일 김정남과 주고받은 150여 개의 전자메일과 7시간에 걸친 대면 인터뷰를 토대로 펴낸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출판 기자 간담회에서 "(김정남이)이런 이야기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고미 요지씨는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이 이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 것을 전제하며 "그런데 현재 '광명성 3호' 발사 문제를 감안해서 봤을 때 (군부가)독자적인 결정권이 있어서 타 부서 합의 없이도 무엇인가를 추진하고 결정하는 힘이 있는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남이 최근 북한의 실세로 떠오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군부를 컨트롤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고미 요지씨는 최근 평양을 다녀온 사람이 "김정은이 현재 원로체제에 둘러 싸여있어 아무래도 형(김정남)에게 부탁해 과감한 발언을 하게했다"고 말했다면서 새로운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그는 한국의 기자가 김정남의 장남인 한솔군을 인터뷰하려고 집 앞에서 오랜시간 기다린 것에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책에 따르면 김정남은 남한에 친구를 두고 있고 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교제를 하고 있다는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실 남한 사람 중에서도 저와 연락하거나 함께 식사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마카오에 와서 저와 함께 식사하는 남한 사업가도 있습니다.”(112쪽)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는 “봉건왕조를 떠나 근래의 권력 세습은 희대의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주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67쪽)”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뒤 원자력에 대해 김정남은 핵무기 같은,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갈 수 있는 물건은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미 요지씨는 2004년 9월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김정남과 우연히 마주쳤을 당시 황급히 명함을 건넸으며 그해 12월 김정남이 전자메일을 보냈던 것에서부터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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