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국계은행들은 높은 대출금리, 낮은 사회공헌도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방침에 이들이 일조하기 시작하면서, 이미지 전환과 고객 선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두 곳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유동화조건부 내 집 마련 대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적격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들 은행이 취급키로 한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만기가 최단 10년에서 최장 30년까지이며, 대출금리는 연 4.8~4.9%(10년 만기) 수준이다.
적격대출(Conforming Loan)은 은행이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이에 대한 대출 채권을 공사가 매입해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형태로 유동화하는 방식이다. 그간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문제로 지적되던 금리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다는 점과 대출 재원 확보도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에 따라, 은행권은 오는 2016년말까지 장기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30%로 높여야 한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지만,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는 은행들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당국의 방침이 발표된 지난해 6월 11.7%에서 ▲7월 14.3% ▲8월 14.3% ▲9월 26.2%로 점차 늘면서 11월 30.9%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이는 12월 29.8%로 떨어진 후 1월 28.0%를 기록하면서 다시 감소하는 추세다.
외국계 은행들이 이에 적극 나서는 데 대해 주택금융공사는, 해외 선진금융기법과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점을 꼽았다.
SC은행 관계자 또한 "우리는 지난 2004년부터 시중은행 최초로 모기지를 이용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오고 있어, 이에 대한 이해 및 상품설계 능력이 시중은행 가운데 앞서 가장 있고 적격대출 이해도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C은행이 9일 출시한 적격대출인 ‘순수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21일 현재 취급잔액이 350억원으로, 하루 평균 100억원 가량의 접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SC은행은 조만간 이 비중이 50%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은행이 금융당국의 방침에 발을 맞추면서, 그간 악화돼 있던 여론을 상쇄하고 대출 수요 고객 또한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은행이 그간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해 안전한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에도 유리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적격대출 취급을 검토하고 있어, 올 상반기 내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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