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직장인들의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한숨이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생활물가 고공행진에 이어 기름값 급등, 지붕 뚫린 전셋값, 결혼시즌 축의금까지 겹치면서 '유리지갑'이 더욱 얇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모 IT 중소기업에 다니는 4년차 직장인 박모씨(32). 박씨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다.
회사 인근 원룸에 살고 있는 박씨는 신혼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전전하며 발품을 팔고 있지만, 치솟은 전셋값에 신접살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박씨의 월급은 230만원, 실수령액은 215만원이다. 혼자서 생활하기에는 다소 여유가 있을 거 같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먼저 생명보험·연금보험·화재보험으로 월 50만원이 빠져나가고 주택청약적금과 정기적금으로 40만원이 꼬박꼬박 인출된다.
여기에 원룸 월세에다 전기료·수도세·도시가스비 등 준조세 70만원이 추가로 부담되고, 휴대폰·인터넷 등 통신비 15만원이 급여통장에서 출금된다. 이렇게 박씨가 한 달을 지내고 나면 통장에 남는 용돈은 4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승용차는 주말에 용무가 있을 때만 사용하고 있지만, 휘발윳값이 2100원을 돌파하면서 유류비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최근에는 점심값 등 의식주 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데다, 결혼시즌을 맞아 지인들의 축의금까지 늘어나면서 저축은 커녕 가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판이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이 전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점심비용에 대해 파악한 결과, 올해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값 지출비용은 역대 최고치인 6007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0년 기준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식사 비용이 5372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새 10% 이상 오른 셈이다.
각종 채소류와 육류, 밀가루, 양념 등 식재료는 물론 연료비와 식당 임대료 등이 지난해부터 크게 오르면서 이들 비용이 음식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도 꾸준히 올라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평균 5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로 8개월 연속 오름세다.
휘발윳값도 꺾일 줄 모르고 매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지난 25일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2041.05원)은 전날보다 0.62원 오르면서 지난 1월 5일부터 80일 연속 상승하는 등 사상 최고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4~5월 결혼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축의금 부담도 한층 커졌다. 특히 5만원권이 나와 3만원 수준의 축의금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 한 직장인은 "청첩장만 날아오면 가슴이 탁 막힌다"면서 "4~5월 두 달만 경조사비로 50만원은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물가상승률은 늘 월급 인상률을 앞서면서 올해도 직장인들의 시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기업의 체감경기 등을 감안해 임금을 2.9% 이내에서 인상하는 게 적정하다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상승 전망치(3.3%)보다도 밑도는 수준이어서 직장인들의 생활고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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